박 대통령이 제기한 위헌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여야 중재에 나서 문구 수정을 이끌어냈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헌법에 따라 재의에 부치겠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은 “메르스 사태,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난과 민생고 속에서 여야가 대립하고 국회와 정부가 충돌하는 것은 국민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국회의장으로서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헌법에 따라 본회의에 부쳐야 한다. 개정안 재의는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의장실 “서로 입장 다르면 절차대로 가야” = 더욱이 중재안 때문에 야당에게 신세를 졌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마자, 재의결 일정이 잡힐 때까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법 처리 외에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나선 야당과의 정치적 신뢰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 협의와 상관없이 재의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의를 했다고 해도 안건 상정을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의 안건에 대한 의결정족수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다. 298명의 국회의원 중 149명이 참석해야 안건을 상정해 투표에 부칠 수 있다. 과반수(160명)가 넘는 새누리당 의사에 따라 투표 성립 여부가 판가름 난다. 새정치민주연합(129명)과 정의당(5명), 무소속(3명)을 다 합쳐도 137석 밖에 안된다. 현재 거부권 수용쪽으로 기운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폐기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아예 투표에 불참해 안건 상정 자체를 막거나 아니면 투표에 참여한 후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킬 수 있다.
안전하고 손 쉬운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안건이 상정될 때 투표에 불참하는 방법이다. 다만,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재의된 상태로 계속 남아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국회 관계자는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자리에 있지 않으면 상정을 할수 없고 투표에 부칠 수 없다. 국회법이 계속 휴화산으로 남게 된다. 야당이 이를 이유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상 단독 국회는 불가능해 상당히 많은 것들이 물 건너가게 생겼다”고 밝혔다.
당장 다음달 1일 있을 본회의 일정 뿐만 아니라 추경을 논의하기 위한 8월 임시회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25일에도 본회의서 메르스 관련 법, 경제활성화를 위한 크라우딩 펀딩법(자본시장법 개정안), 대부업법 개정안 등 60여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