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관점서 ‘딥체인지’ 실현해야… 본업과 사회적가치 연계 필요”

SK그룹 ‘2019 이천포럼’ 나흘간 개최, 300여명 참석
사회적가치부터 AI·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까지 조망
임직원 역량강화 머리맞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논의도
  • 등록 2019-08-19 오후 4:26:17

    수정 2019-08-20 오전 9:25:18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내부를 벗어나 외부적 관점에서 ‘딥체인지’(근원적 변화)를 실현해야 합니다.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 구성원 역량을 진화·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인프라가 취약한만큼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19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K이천포럼’에서 “SK는 그간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올해부터는 이 같은 변화의 노력들이 실현되도록 실행에 초점을 맞춰 나갈 계획”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이천포럼엔 외부 인사 50명, 내부 250명 등 총 300여명이 참석했다. 크게 △에너지 솔루션(ES)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AI 등 혁신기술 세션과 이를 통한 사회적 가치 추구 및 구성원 역량강화 방안 등을 주제로 총 26개 세션이 오는 22일까지 진행된다.

환영사를 맡은 조 의장은 “사회적 가치 내재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등을 중심으로 변화의 흐름을 짚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이 같은 어젠다들은 우리가 가야할 방향에 필요한 것들이지만, 아직까지 인프라가 취약해 최근 ‘SK유니버시티’ 같은 구성원 역량 향상 구축체계를 만드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SK 룹 회장(앞줄 왼쪽 첫번째)이 19일 오전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9 이천포럼’ 개막식에서 외부연사 소개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SK)
전문가들 “SK 사회적 가치 전략, 의미 크다


첫 번째 기조강연 주제는 역시 SK그룹이 최근 경영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사회적 가치의 내재화다. 김영성 인하대 교수, 신진영 연세대 교수,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 문정빈 고려대 교수,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추진팀장, 조용두 포스코 경영연구원 부원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SK그룹을 포함한 국내외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내재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상만 교수는 “SK가 내세운 사회적 가치를 통한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 전략은 발상의 전환”이라며 “SK가 새로운 미래 경쟁력을 사회적 가치에서 찾을 것이란 선언적인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문정빈 고려대 교수는 “그간 SK그룹 실무 인력 13명과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인터뷰를 해왔는데,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었다”면서도 “본업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임직원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강연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전략에 대한 사례를 소개했다. 창업때부터 환경가치를 회사의 가장 중요한 철학으로 내세운 미국 아웃도어업체 파타고니아, 친환경 소재를 통해 혁신 디자인·기능을 만든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 등이 대표적이다. 김연성 인하대 교수는 “1996년 파키스탄 어린이가 나이키 운동화를 만드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나이키는 전 세계에서 아동노동력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이후 나이키는 자신들의 강점인 디자인력을 기반으로 친환경 소재와 공정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키워나갔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도 자신들만의 ‘기업시민’ 경영철학을 소개했다. 조용두 포스코 경영연구원 부원장은 “포스코의 DNA를 보면 국민경제 발전 과정에서 철을 생산하면서 설립 초기부터 사회적 가치와 맞닿아 있었다”며 “지난 50년간 경영이념이 ‘제절보국’이었다면 다음 50년은 기업시민으로 가자는 게 우리의 고민 결과였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시민은 기업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이념”이라며 “시작한 지 10달 밖에 안됐지만 비즈니스 모델과 사회적 가치를 결합한 모델를 찾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19일 오전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9 이천포럼’ 개막식에서 환영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SK제공)
디지털전환 전략·에너지 산업 변화 등 조망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중심인 디지털 플랫폼 선도기업의 전략적 위치를 짚어보는 세션도 진행됐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플랫폼 레볼루션’의 저자인 마셜 밴 앨스타인 보스턴대 교수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플랫폼 전략을 기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강연했다. 대표적으로 우버와 에어비앤비, 페이스북의 기본적인 플랫폼 전략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전략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우버에서 차량 공급자가 이용자가 되고 반대가 될 수 있듯이 플랫폼 전략은 경계가 모호하다”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통망을 사이에 두고 상품을 거래하는 과거 ‘파이프라인’ 모델과 뚜렷이 구분된다”고 말했다.

올해 포럼에는 SK와 사회적 가치 측정 프로젝트를 공동 연구중인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도 참여한다. 양측은 이틀에 걸쳐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공동 세미나와 세션을 진행한다. 오는 20일에는 베스트셀러 ‘육식의 종말’, ‘노동의 종말’, ‘엔트로피’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화상을 통해 에너지 산업에 닥친 변화의 물결을 환경 관점에서 조망한다. 가상화폐 이더리움 공동창립자인 조셉 루빈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블록체인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21일엔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최석영 전 제네바 주재 대사 등 외교 전문가들이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논의한다.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한반도 주변국 모두가 지정학적 리스크가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은 대통령의 개인 성향으로 인해 예측불허 행보를 보이고 있고, 급격히 악화 중인 한일 관계는 국가경제의 축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아베정권은 이번 기회로 한국의 첨단기술국가 진입 시기를 늦출 것”이라며 “이런 일본의 의도가 아베정권에 국한된 것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 세심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22일에는 SK경영경제연구소 주재로 ‘딥 체인지에 필요한 역량,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라는 아젠다를 통해 SK 구성원의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한 지혜를 모을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클로징 스피치를 통해 4일 간 진행된 포럼을 마무리한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SK 구성원들이 글로벌 기술혁신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한 딥 체인지의 구체적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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