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미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은 2021년 2월 말레이시아에 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공장을 건설했다. 이 공장에선 올해부터 생산이 시작된다. 인텔은 1972년 말레이시아 북부 페낭주에 160만달러를 투자해 처음으로 해외 조립공장을 설립했다. 인텔은 이후 말레이시아에 테스트 시설과 개발 및 디자인센터를 추가로 지었다.
미국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스도 지난해 9월 페낭에 중앙통제센터를 오픈했다. 이 센터는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생산공장 운영을 위한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반도체 제조용 시험장치를 만드는 미 대기업 테라다인도 주요 생산 거점을 말레이시아로 이전했다.
미국 기업뿐 아니다. 독일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온도 2022년 7월 페낭과 가까운 쿨림 지역에 세 번째 웨이퍼 제조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주요 협력업체인 뉴웨이즈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서부 해안지역인 클랑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로 몰려드는 이유는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미 정부는 2022년 10월 대(對)중국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 방안을 도입했고, 지난해엔 엔비디아가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규정을 내놨다.
앞으로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는 지속 확대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기 어려워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대체 국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벤처캐피털 인시그니아 벤처스 파트너스의 잉란 탄 파운딩 매니징 파트너는 “말레이시아의 장점은 (반도체) 포장, 조립, 테스트 분야의 숙련된 노동력과 상대적으로 낮은 운영비용”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외국 기업들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투자진흥청(MIDA)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조립 및 테스트 서비스 시장에서 약 1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반도체 장치와 집적회로 수출액은 전년대비 0.03% 증가한 387억 4500만링깃(약 11조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약세에도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그만큼 말레이시아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말레이시아 역시 해외 반도체 기업들을 끌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반도체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투자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축했다. 당시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은 “말레이시아를 단순한 백 엔드가 아닌 칩 제조 공정의 프런트 엔드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전쟁 주체인 미국을 비롯해 인도와 일본, 대만, 한국 등도 주요 반도체 허브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