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대만 국방부는 2일 중국 전투기와 군함이 대만 주변에서 새해 첫 ‘전투 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과 대등하고 건강한 교류를 원한다면서 이를 위해 중국이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 이후 나타난 움직임이다.
| 신년담화 발표하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사진=대만총통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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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방부는 이날 오전부터 J-16 전투기를 포함한 중국 군용기 22대가 대만 주변에서 ‘공동 전투 준비 순찰’을 수행하는 것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중국 전투기는 대만 북쪽, 서쪽, 남서쪽, 동쪽 상공을 비행했고, 대만군이 출동해 중국 측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국방부가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순찰은 전날 라이 총통은 새해 첫날 기자회견 이후 이뤄졌다. 그는 지난 1일 취임 후 첫 신년 담화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 중국 상하이 단체 관광객의 대만 여행 재개와 관련한 질문에 “대만은 중국과 대등함과 존엄이라는 원칙에 따라 건강하고 질서 있는 교류를 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라이 총통은 또 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 국가들이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국방예산을 늘리고 국방력을 강화해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대만이 중국 학생들의 대만 유학과 중국인의 대만 자유여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중국은 모두 막고 있다며 “양안 교류를 막는 것은 대만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동부전구 사령부는 새해 첫날 소셔미디어에 군함과 전투기를 비롯해 미국이 대만 해협을 수시로 통과하는 P-8 포세이돈 초계기 근처를 비행하는 중국 전투기로 보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홍콩 유명 배우 겸 가수인 유더화(유덕화)의 노래 ‘차이니즈’에 맞춰 제작된 이 영상에는 지난해 말 마잉주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대만을 방문한 중국 학생들의 모습도 담겼다.
린자룽 대만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 영상은 중국의 심리전”이라며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라이 총통은 중국 측에 수차례 대화를 촉구했지만,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라이 총통에 대해 “분리주의자”라고 비난하며 지난해 대만 주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모의 전쟁 훈련을 진행하며 대만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