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참석 후 기자와 만나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결렬되면 법정관리에 넣겠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채권단 및 선주와의 협상에서 파국을 맞더라도 당국은 개입하지 않고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애초 금융당국이 제시한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 시한은 이달 20일이다. 현대상선은 해운업 호황기 계약한 고가 용선료를 낮추려 지난 18일 그리스 다나오스 등 해외 선주 4개 회사와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협상이 막판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마감 시한 연장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유 부총리는 마감 연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진행되는 걸 보고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구조조정의 첫 법정관리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구조조정은 크게 세 축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조선·해운 등 특정 산업의 기업 회생이나 퇴출 △금융 불안을 막고 구조조정 실탄을 마련해야 할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자본 보충 △실업 대책 등 구조조정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 방안 마련 등이다.
정부는 이날 최상목 기재부 제1차관 주재로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을 논의하는 관계기관 협의체 2차 회의를 열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 등이 참석했다.
문제는 출자 주체다. 한은은 직접 출자는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협의체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최종 지원안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있는 데다 지금은 자본 확충 방법과 관련해 각 기관이 갖고 있는 입장을 들어보고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며 뚜렷한 윤곽이 잡히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 과정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 경영인 출신 구조조정 전문가는 “정부가 자본확충펀드를 만들면서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테이블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끌어들인 것은 ‘자충수’”라며 “용선주들이 정부의 현대상선 지원을 당연시하고 협상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