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깜작 인사’의 배경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장관들에 대한 순차 개각의 신호탄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의 핵심기술 이전이 무산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다.
‘총선行’ 정치인 장관 교체 신호탄
박 대통령이 이날 유기준(해양수산부), 유일호(국토교통부) 장관을 내보낸 건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인 장관 5명’(최경환·황우여·유기준·유일호·김희정)의 복귀를 용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나머지 장관들도 조만간 교체가 유력시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를, 황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의 경우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의 현안을 각각 마무리하면 청와대가 곧장 후임자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해 이번 개각 대상에서 빠졌다는 후문이다.
KF-X 후폭풍..靑외교안보수석만 ‘문책’
박 대통령은 KF-X 사업 실패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주 수석의 사표는 수리했다. 주 수석 문책의 핵심은 방위사업청이 올 4월 미국에서 KF-X 사업을 위한 4개 핵심 기술의 이전불가 통보를 받고도 두 달이 지난 6월에야 청와대에 늑장 보고한 데서 비롯됐다. 이마저도 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자, 박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 전면적 외교안보라인 개편에 나선다는 것이다.
정부 외교안보라인은 기사회생?
다만 이날 인사에서 외교부 1차관과 국방부 차관의 교체로 ‘외교안보라인’ 교체설의 당사자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기사회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장관은 KF-X 문제를 풀기 위해 박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과 대면했다가, 기술 이전을 면전에서 거절당하는 ‘굴욕 외교’를 당해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퇴색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장관의 경우 한·미 국방장관 면담을 사전에 컨트롤하지 못한 데다, 미·중 간 균형외교냐, 더 확고한 한·미 동맹으로의 방향 전환이냐는 숙제만을 박 대통령에게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아 문책론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데다, 오는 20~26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다음달초 한·일·중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열릴 한·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일정이 빽빽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수장들을 단박에 교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사는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 본인만 아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