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가계부채 비율' 안정됐지만…부동산PF 부실 우려 커졌다(종합)

[3월 금융안정 상황]
GDP 대비 가계부채 100.6%, 전분기比 0.9%p↓
기업부채 비율은 124.3%, 사상 최고치 경신
무게추, 금리인상 가능케 했던 '금융불균형'에서 'PF'로
부동산PF 연체율 늘며 관련 사업장 부실 위험↑
  • 등록 2024-03-28 오후 3:42:19

    수정 2024-03-28 오후 7:25:57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 빚 수준은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PF사업장 관련 잠재 리스크가 커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한국은행은 현재 우리나라 금융안정 상황을 양호하다고 평가, PF사업장 부실의 확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4년 3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가계 빚 줄었지만…기업 부담은 늘어

한은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3월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 금융불안 수준을 평가하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달 16.9로 전월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3개월 연속 하락세다. FSI는 ‘주의’ 단계인 12를 넘었지만, ‘위험’ 단계인 24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측정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도 지난해 4분기 32.9를 기록해 3분기(37.1)보다 하락했다. 장기평균(37.7)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FVI는 빚투, 영끌 등으로 빚이 늘고 자산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3분기(56.8) 정점을 찍고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간 한은이 강조해왔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줄었다. 지난해 4분기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0.6%로 전분기(101.5%)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2분기 연속 하락세로 장기추세선인 106.5%보다 낮다. 가계신용은 4분기 중 0.4%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올 들어서도 증가폭이 둔화하고 있다. 주택관련대출 증가폭이 축소되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감소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다만 기업신용 비율은 늘었다. 기업신용 비율은 지난해 4분기 124.3%로 전분기(124.1%)보다 상승,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기추세선인 119.2%와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기업신용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은 -4.0%로 2022년(18.9%) 대비 하락 전환했다. 영업이익이 줄자 이자지급능력을 상실한 취약기업 비중은 44.4%를 기록, 2022년(37.0%)보다 늘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4년 3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신준영 금융기관분석부장, 서평석 금융안정기획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장정수 금융안정국장, 임광규 안정총괄팀장. (사진=한국은행 제공)
‘금융 불균형’보다 ‘PF 불안’에 무게

한은은 2021년 8월 금리 인상의 시발점이 됐던 ‘금융불균형 이슈’보다 ‘PF 불안’에 더 관심을 쏟았다. 특히 부동산PF 연체율이 최근 증가하면서, 관련 사업장의 부실 위험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PF 사업장의 부실을 발단으로 시공사인 건설사 부실로 이어지는 등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말 2.7%로 1년 전(1.2%)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건설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상장 66개 건설사 중 취약기업(이자보상배율 1배, 유동비율 100%, 부채비율 200%) 비중은 지난해 9월 39.4%로 2022년(34.7%)보다 늘었다. 유동성우려기업 비중도 16.7%로 2022년(11.6%)보다 상승했고, 과다부채기업 비중 역시 28.8%로 2022년(28.4%) 대비 올랐다. 건설사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PF채무보증 등 우발부채도 늘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15개 건설사의 PF채무보증 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 28조원에 달했다. 2020년말까지만 해도 16조1000억원이었으나 3년 새 11조9000억원 급증했다.

PF 부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주요 안건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부동산 PF 부실 확산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하고 있고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연체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긴축 지속의 위험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취약 부문의 문제가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2022년말 금리를 인상하면서도 레고랜드 관련 채무불이행 발생으로 PF 금융불안이 커지자 단기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일단 한은은 시공사를 통한 PF사업장의 부실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동산PF 대출에 대한 사업장별 내역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말 금융기관 익스포저는 13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132조9000억원 중 △5조9000억원을 고위험 △20조7000억원을 중위험 △103조6000억원을 저위험으로 분류했다. 한은은 고위험 사업장에 시공사로 참여한 건설사 중 85%는 시공능력이 100위권 밖이라 PF익스포저 자체가 크지 않다고 봤다. 또 고위험 사업장에 참여하는 개별 건설사의 전체 사업장 익스포저의 81.7%는 저위험 사업장에 해당해 고위험 사업장 부실이 중·저위험 사업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금융안정 상황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며 “걱정스러운 부분이 PF 부분이라 분석자료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PF 관련 제2금융권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충분히 관리 가능하며 금융권 전체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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