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금기어’ 입에 올린 産銀 회장, 신규자금·채무조정 필요성 시사

  • 등록 2017-02-08 오후 4:00:00

    수정 2017-02-08 오후 5:33:29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8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떠한 선택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힌 점이다. 신규자금 지원을 포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는 신규자금 지원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이 회장의 발언은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신규자금 지원 등에 대해선 다른 채권단의 반발 가능성이 있어 실제 자금지원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동걸 “어떤 방안도 예외 아냐”

이동걸 회장은 8일 산업은행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대우조선에는 혈세가 더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전제하에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상황이 가변적이지만 (유동성 타개를 위해) 어떠한 선택도 드랍(제외)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대상선의 방법도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4월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 회사채 4400억원 상환과 관련, 현대상선이 조건부 자율협약의 일환으로 진행한 사채권자 집회를 통한 만기상환 유예 등의 채무재조정을 대우조선 해양에 대한 구조조정 방식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 같은 발언은 신규자금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일정시점에서 (유동성 문제에 대한) 우리 노력(자구 계획, 소난골 드릴십 인도,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의 결과를 갖고 관계당국과 국회와 논의해서 대안을 찾겠다”며 “어떠한 선택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015년 10월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4조2000억원 이외에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신규자금 지원 방안, 구체적인 금액 등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가능성 자체는 분명히 열어뒀기 때문이다.

이는 곧 대우조선 경영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당장 불거진 게 ‘4월 위기설’이다. 대우조선은 오는 4월21일 4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시작으로 올해만 9400억원 규모의 만기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여기에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이 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대우조선의 드릴십(이동선 원유시추선)인도를 계속 지연하면서 유동성 압박은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척에 불과했던 수주실적은 올해는 아예 없다.

현실성 크지 않아..“유동성 위기 지속”

금융당국은 일단 선을 그었다. 이명순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대우조선 신규자금 지원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고 회사채 만기연장, 워크아웃·자율협약 추진 등은 모두 계획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자금 지원이 이뤄질 경우 이미 익스포져를 줄여온 시중은행(우리·국민·신한·KEB하나은행 등)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사채권자 집회도 마찬자가지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도 “법정관리에 집어넣을 수 있다는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만기 유예에 찬성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발언으로 대우조선 해양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설은 점점 힘을 받게 됐다.

이 회장은 기존 4조2000억원 지원과 관련, “3조5000억원 지원 과정에서 선박 66척이 완공돼 9조원이 국내에 들어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대우조선 320억달러(114척)의 남은 수주도 나쁜 상황(법정관리)에서 고철로 팔리면 큰 국가적인 리스크가 된다”고 말해 대우조선을 법정관리 상태로 내몰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자율협약이든 워크아웃이든 법정관리든 새로운 대우조선의 구조조정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결국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전망했던) 맥킨지 보고서대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지난해 대우조선에 대한 컨설팅 초안에서 ‘독자생존이 낮은 대우조선을 매각하거나 분할해 빅3(대우·현대·삼성)를 빅2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평가한 바 있지만 정부는 이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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