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10·16 재보궐선거 선거에서 여당이 예상대로 2석을 차지한 가운데 당정이 이번 선거 민의를 놓고 다소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대통령실은 “국민의 뜻을 받을어 의료 개혁 등 4대 개혁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인맥으로 지목된 대통령실 참모들의 인적 쇄신 카드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대통령실을 강하게 압박했다. 아직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주 초 진행될 독대가 당정 관계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대통령실은 17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의료개혁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극복 등 개혁 방안을 흔들림없이 추진해 미래로 나아가겠다”며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바꾸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식 입장에 포함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선거 민의를 통해 파악되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 더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날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인천 강화 군수 보선과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격전지로 인식됐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와 전남 곡성군수 재선거는 민주당이 가져가면서 텃밭을 지켜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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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전날까지 재보궐 선거와 관련한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이날은 ‘국민의 뜻’과 ‘4대 개혁’을 강조하면서 주요 국정과제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김 여사 라인 의혹과 명태균 이슈, 김대남 전 행정관의 폭로 등이 쏟아지면서 어수선한 대통령실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의료 개혁 등 정책 이슈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오후 대통령실은 의료 개혁 관련해 ‘2000명 증원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언론 브리핑을 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해 “연금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의료개혁의 4대 개혁은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들로 많은 저항이 있고 어려움이 있지만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에서 각종 이슈로 난맥인 국정 이슈를 뚫기 위해 개혁 완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다.
이와 다르게 한 대표는 이날 김 여사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을 주장했다. 우려하던 재보궐 선거에서 승기를 잡아온 만큼, 이젠 최근 여권 내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해소해 당정 관계에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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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강조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들로 모든 정치 이슈를 덮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제기되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한 대표는 또 대통령실을 덮친 명태균 이슈에 대해선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명태균 방지법’(선거법 개정안)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또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불기소 처분한 것에 대해 “오늘 검찰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주 초 진행될 예정인 윤·한 독대가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 의대 정원 문제를 비롯해 김 여사 라인 정리 등 인적 쇄신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독대에 대해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의제나 형식, 방식 등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 또 독대 대신에 ‘면담’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배석자를 포함한 차담회 형식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