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계엄군·병원으로 옮겨 준 시민군·치료해준 의사…43년 만의 만남

5·18계엄군 박윤수 씨, 당시 돌에 맞아 큰 부상
시민이 병원 옮기고 의사가 몰래 돕고 치료해
43년 만에 다시 만나 감사의 마음 전해
  • 등록 2023-05-24 오후 6:29:43

    수정 2023-05-24 오후 6:29:43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5.18 민주화운동 당시 크게 다친 계엄군이 당시 자신을 도와주고 치료해준 시민과 의사를 43년 만에 다시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24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을 입은 계엄군 20사단 박윤수(당시 상병) 씨와 인근 병원으로 후송을 시켜준 시민군 신봉섭(당시 택시운전사) 씨 그리고, 계엄군을 숨겨주고 치료해준 의사 정영일 씨와의 43년 만의 만남 자리가 최초로 열렸다”고 밝혔다.

이날 만남은 조사위의 계엄군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박윤수 씨의 증언 확보와 군 기록 등 문헌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당시 상황에 대한 다수의 증언이 교차 확인돼 시민군과 의사의 신원까지 추가로 드러났다. 계엄군 박윤수 씨의 요청에 따라 이번 만남이 성사됐다.

1980년 5월 21일 20사단 61연대 대대장 당직병이였던 박윤수 씨는 대대장 지프 차량을 타고 서울에서 광주로 이동했고, 광주톨게이트를 지나 광주산단 진입 무렵 인근에서 시위 중이던 시민들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큰 부상을 당했다. 택시기사였던 신봉섭 씨는 차량을 뺏기고 정신을 잃은 박윤수 씨를 둘러싼 시민들을 진정시키고 설득해 병원으로 보내 치료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특히 본인의 병원 위층 자택에 박윤수 씨를 숨겨주며 치료를 해줬던 의사가 정영일 씨였다. 이후 응급치료와 안정을 취한 박윤수 씨에게 군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며 사복으로 갈아입혔고, 그는 무사히 광주에 주둔하고 있던 20사단 61연대 본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5.18민주화운동 당시 본대에서 낙오해 부상당한 공수부대원을 안방에 숨겨주며 수술 치료해 본대로 복귀시킨 반상진 원장(전 전남도의사협회장) 사례도 있었지만, 계엄군의 사망으로 실제 만남으로까지는 이어지지는 못했다.

박윤수 씨는 “43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서야 생명의 은인 두 분을 찾아뵙게 돼 죄송하다”면서 “그때의 부상으로 한쪽 청각을 잃었지만, 광주를 원망하기보다는 나를 구해준 광주시민들에게 감사하고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광주 북구 한 병원에서 5.18 계엄군 출신 박윤수 씨(오른쪽)가 당시 자신을 도와준 시민군 신봉섭 씨(가운데)와 치료해 준 의사 정영일 씨(왼쪽)와 만나고 있다. (사진=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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