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갑질·분식회계한 대기업 그룹, 재무평가 때 불이익…삼성·한진 등 ‘불똥’

  • 등록 2018-05-14 오후 12:00:00

    수정 2018-05-14 오후 7:10:42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지난 1일 오전 강서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올해부터 오너 일가가 갑질이나 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계열사가 분식 회계, 일감 몰아주기 등을 한 대기업 그룹이 은행 등 금융기관 재무 구조 평가 때 감점을 받는다. 기업의 사회적 평판 악화가 실적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 당국이 처음으로 이런 기준을 신설함에 따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 뿌리기 갑질’로 도마 위에 오른 한진그룹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논란 등에 휘말린 삼성그룹 등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빚 많아 재무평가 받는 기업집단 31개…전년비 5개↓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지난해 말 현재 1조5166억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 31개를 올해의 ‘주채무 계열’로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주채무 계열은 전년 말 금융기관 신용 공여(대출·지급 보증·유가 증권 매입 등 신용 위험이 있는 은행의 직·간접 거래) 잔액이 그 이전해 말 금융기관 전체 신용 공여 잔액(기업 외 가계 대출 등도 포함)의 0.075% 이상인 대기업 그룹이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많은 순서로 정하는 만큼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재벌 대기업은 대부분 주채무 계열에 들어간다.

금융 당국은 이처럼 은행 빚이 많은 주채무 계열을 정해 매년 주채권 은행이 재무 상태를 평가하도록 한다. 일정 점수를 넘기지 못한 그룹은 채권은행과 재무 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자산 매각, 부실 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재무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신규 대출이나 채권 상환 연장 등이 어려워진다.

올해 주채무 계열 수(31개)는 2017년보다 5개 줄었다. 작년 주채무 계열로 새로 지정한 성우하이텍과 성동조선해양·아주·이랜드·한라 등이 빠졌다. 아주그룹은 아주캐피탈의 계열 분리로, 성동조선은 주력 업체인 성동조선해양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주채무 계열에서 제외됐다. 성우하이텍·이랜드·한라그룹 등은 은행권에서 빌린 돈을 갚아 신용 공여액이 기준액을 밑돌았다.

금융기관 신용 공여액이 많은 1~5위 기업 집단은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순이다. 지난해 5위였던 현대중공업이 6위로 내려갔고, 6위였던 롯데가 5위로 올라섰다. GS는 10위를 차지해 작년 11위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들었다.

지난해 말 현재 주채무 계열 31개 그룹의 신용 공여액은 240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조2000억원(11.2%) 줄었다. 금융기관 전체 신용 공여액(2090조1000억원)에서 주채무 계열이 차지하는 비중도 11.5%로 전년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금감원이 통계 수치를 공개한 2003년 이후 역대 가장 작은 규모다. 홍석린 금감원 신용감독국 팀장은 “대기업 집단이 자기신용으로 해외에서 직접 펀딩을 받는 등 직접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을 많이 하면서 은행 등 간접 금융시장 의존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무평가에 오너 갑질, 계열사 분식회계 반영…삼성·한진 ‘발등에 불’

자료=금융감독원


시장의 관심사는 올해 어떤 기업 집단이 재무 개선 대상이 될지다.

금감원은 올해 재무 구조 평가 때부터 대기업 그룹 경영진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소속 계열사가 분식 회계, 일감 몰아주기 등 시장 질서 문란 행위를 하면 평가에서 감점을 매기기로 했다.

주채무 계열 재무 평가는 그룹 전체 부채 비율에 따라 기준 점수를 먼저 정하고, 매출액 영업 이익률·이자 보상 배율 등 재무 비율에 근거한 정량 평가와 지배 구조 위험·영업 전망·산업 특수성 등 정성 평가를 합친 전체 평가 점수가 기준 점수에 미달할 경우 채권은행의 재무 구조 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분류한다.

당국은 기존 정성 평가 6개 항목을 올해부터 8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분식 회계·담합·일감 몰아주기 등 ‘시장 질서 문란 행위’와 ‘회계 등 제도 변경 영향’ 항목을 추가한다. 기존 ‘지배 구조 위험’ 항목에는 횡령·배임 등 위법 행위 및 도덕적 일탈 행위 등 ‘경영진의 사회적 물의 야기’를 평가 기준에 새로 넣었다. 대기업 그룹 재무 평가 때 이런 기준을 추가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시장 질서 문란 행위와 경영진의 사회적 물의 야기 항목은 종전 정성 평가 점수에서 항목당 2점을 더하거나 감점하던 방식에서 가점을 없애고 최대 4점을 감점하는 방법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홍 팀장은 “경영진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저지르는 등 기업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불매 운동 등으로 인해 기업 실적이 둔화하고 대기업에 돈 빌려준 은행의 신용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삼성이나 한진 등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올해부터 재무 평가 시 기준 점수 산정 기준인 주채무 계열의 부채 비율(전체 자본 대비 부채)을 계산할 때 국내 계열사가 지급 보증을 선 해외 계열사 차입금을 분자인 부채에 넣고, 해외 계열사의 외부 주주 지분은 분모인 자본에 반영하기로 했다. 국내 대기업 그룹의 해외 사업 비중이 최근 크게 늘면서 자본과 부채 적정성을 꼼꼼히 따지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이달 중 은행연합회의 ‘주채무 계열 재무 구조 개선 운영 준칙’ 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해 올해 평가 때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준칙은 각 은행이 자체 내규에 반영해 평가에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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