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건지 떠나갈 건지…청동에 실은 여정 [e갤러리]

△헤드비갤러리서 2인전 연 김순철
딱딱한 무형재료에 입힌 낭만적인 스토리
대리석·청동 등 강한 성질 순하게 다스려
오랜 화두 '여정' 테마로 빚은 서정적 조각
  • 등록 2023-06-29 오후 6:36:11

    수정 2023-06-29 오후 6:36:11

김근배 ‘여정’(2023), 동·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46×51×5㎝,(사진=헤드비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린 코끼리가 여린 가지에 올라 있다. 그렇다고 마냥 위태로워 보이진 않는다. 제법 탄탄한 가지를 발밑에 두고 있으니. 그저 더 넓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겠구나 싶을 뿐이다.

작가 김근배(54)는 대리석이나 현무암, 청동 등 강한 성질을 다스려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조각품으로 만든다. 그저 부드럽게 보이도록 원재료를 변형시키는 것만도 아니다. 순하고 따뜻한 형체를 뽑아내고 날렵한 색을 입히는 작업 모두다. 한 가지가 더 있다. 딱딱한 무형의 재료에 제법 낭만적인 스토리를 입혀내는 일까지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바탕이 됐단다. “드넓은 평야와 정미소가 호기심의 장소”였다는데, 멀리 떠나거나 뚝딱 뽑아내는 일의 자유로움을 일찌감치 체득했다고 할까.

그 한 갈래로, 여행의 단순치 않은 과정을 의미하는 ‘여정’은 작가의 오랜 화두가 됐다. 코끼리·고래 같은 동물, 또 사람의 형상으로, 아니면 기차나 배 등 탈것을 등장시켜 떠나고 싶은 꿈을 대신 입히는 거다. 코끼리 발밑을 내려다보게 한 ‘여정’(2023)까지 말이다.

그나저나 저 코끼리는 언제쯤 둥근 길을 다 도는 긴 여정을 마무리할 건가. 아닌가. 이미 돌아온 건가.

7월 1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146번길 헤드비갤러리서 김순철과 여는 2인전 ‘여전히, 파도 그리고 다시’(Still, Wave and Again)에서 볼 수 있다.

김근배 ‘여정-하늘을 날다’(2022), 동, 143×104×8㎝(사진=헤드비갤러리)
김근배 ‘여정’(2022), 동·현무암·스테인리스, 50×15×45㎝(사진=헤드비갤러리)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