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7일 서울 낮 기온이 36도를 웃도는 찜통더위로 국내 전력수요가 여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10일부턴 태풍 ‘카눈’이 경남 남해안에 상륙해 주요 전력설비가 강풍·호우에 노출된다. 전력 공기업들은 이번 주가 올여름 전력수급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 이정복 한국전력공사 사장직무대행이 7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전국 15개 지역본부장 긴급 화상회의에서 태풍 ‘카눈’ 상륙을 전후한 기간 전력 안정 수급 및 피해 복구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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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5시 전력수요(1시간 평균)가 9만3615메가와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7일 오후 5시 기록했던 9만2990㎿보다 625㎿ 높은 여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작년 12월 23일 기록했던 사상 최대 전력수요(9만4509㎿)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기도 하다.
태풍 ‘카눈’이 더운 공기를 한반도로 밀어 올리며 냉방용 전력 수요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산업체가 지난주 휴가에서 복귀해 공장을 재가동한 가운데 가정·상점 등도 에어컨 가동을 늘리며 전력수요가 치솟은 것이다.
전력 공기업을 포함한 전력 당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다. 당국은 올 6월부터 8월 둘째 주가 올여름 전력 최대수요 기간이 될 것으로 보고 전력 공급능력을 끌어올려 왔으나 큰 이변이 없는 한 지난해와 비슷한 92.9기가와트(GW)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다만, 전력수요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음에도 이날 공급능력은 104.3GW로 공급 예비력 10.7GW(예비율 11.4%)를 유지했다. 국내 발전량의 약 80%를 도맡은 발전 공기업을 중심으로 발전량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발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달 고장으로 가동을 멈췄던 원자력발전소 한빛 2호기를 6일부터 재가동하며 예비력에 힘을 보탰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내일도 최대전력수요가 93.1GW의 높은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예비력 역시 11GW 이상 확보돼 전력 수급은 안정적일 전망”이라고 전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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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오는 10일이면 불볕더위를 불러온 태풍 ‘카눈’이 북상해 한반도를 직격하리란 예보다. 태풍이 상륙하면 기온이 낮아져 냉방용 전력 수요는 줄어들지만 전력설비가 강풍·호우에 노출돼 고장 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전체 전력수요, 특히 한낮 전력수요의 10%가량을 맡은 태양광 발전량이 급감해 실시간 전력 수요~공급에 어려움을 가중할 수도 있다.
국내 송·배전 및 변전 설비 관리를 도맡은 한국전력공사는 7일 이정복 사장 직무대행 주재로 전국 15개 지역본부장이 참여하는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태풍 ‘카눈’ 상륙을 전후한 기간 전력 안정 수급 및 피해 복구대책을 논의했다. 이 사장 직무대행은 “사전 설비점검과 신속한 고장복구 대응 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작업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을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카눈’ 상륙 지점 인근인 부산을 중심으로 발전소를 운영하는 공기업 한국남부발전도 같은 날 이승우 사장 주재로 8개 운영·건설사업소 본부장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불볕더위와 태풍에 대응한 각 사업소 현황을 점검했다. 이 사장은 “단 한 건의 고장이나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각오로 모든 직원이 현장을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내 전기설비 안전관리를 맡은 공공기관 한국전기안전공사도 같은 날 박지현 사장 주재로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이날부터 전 직원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또 다른 에너지 공기업 한국지역난방공사도 8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카누’ 상륙에 따른 재산·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 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이 부산 본사에서 8개 운영·건설사업소 본부장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불볕더위와 태풍에 대응한 각 사업소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남부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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