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대가 안내는 넷플릭스는 이기적…소비자에게 피해 준다”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연구원 인터뷰
"넷플릭스가 망대가 회피해 디지털 정보 격차 발생"
"미국서 우편비용 대주는 넷플릭스…망대가 감내 수준"
"거대 CP 망대가 분담해야…중소 CP 영향력 미미"
"브로드밴드 1위 한국 관심…넷플릭스 2심 논리도 부적절"...
  • 등록 2022-03-24 오후 2:44:59

    수정 2022-03-24 오후 10:25:2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로슬린 레이튼(Roslyn Layton) 박사(미 포브스지 시니어 칼럼니스트·덴마크 올보르대 방문 연구원)사진=로슬린 레이튼 박사 제공


“넷플릭스는 자사 욕심으로 네트워크 이용에 대한 부담을 전혀 지지 않으려 하죠. 문제라고 봅니다.” 로슬린 레이튼(Roslyn Layton) 박사(미 포브스지 시니어 칼럼니스트·덴마크 올보르대 방문 연구원)가 지난 23일 오후, 줌 인터뷰를 통해 망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레이튼 박사는 인터넷 규제연구학으로 덴마크 올보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각국 정부의 통신망 규제 당국에 정책 조언을 하고 있다. 그가 한국 언론과 만난 것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포브스지에 ‘2300만 한국인은 500만 넷플릭스 가입자를 위해 왜 더 많은 인터넷 요금을 내야 하는가?’라는 기고문을 게재한 게 계기가 됐다. 기고 이후 한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고, 이날 성사된 것이다.

레이튼 박사는 인터넷 접속시장은 양면시장(두 개의 개별 사용자가 각 집단의 원리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ISP(통신사)는 인터넷 이용자에게 요금(접속비용)을 받으니 CP(콘텐츠기업)에게는 망이용대가를 받아선 안된다는 넷플릭스 주장과 상반된다.

그는 “신문사는 독자들에게 구독비를 받으면서 광고주들에게 광고의 크기에 따라 다양하게 광고를 판매한다. 신용카드사 역시 소비자들에게 연회비를 받으면서 가맹점에서 트랜젝션 볼륨에 따라 돈을 받는다”면서 “신문사에 광고를 금지시킨다면 파산하지 않겠는가? 인터넷 접속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인터넷망 최종 사용자들이 넷플릭스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며 “(넷플릭스와 망대가 소송을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만 해도, 브로드밴드 사용자 수가 2300만 명이라고 가정하면 500만 넷플릭스 사용자를 뺀 나머지 망 사용자들도 넷플릭스 스트리밍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셈인데 이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힘줘 말했다.

넷플릭스가 망대가 회피해 디지털 정보 격차 발생

넷플릭스 같은 거대 CP들이 인터넷 접속 생태계에서 책임은 다하지 않아 디지털 정보 격차가 발생한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유럽사람의 3분의 1은 필요한 만큼의 망 엑세스(접속)를 하지 못한다. 망에 3000억 유로(401조 7570억원)정도를 더 투자해야 하는데 넷플릭스 같은 회사가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려 해서다.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런 이유로 EU의 통신규제 당국과 미국의 시·주정부 차원에서 넷플릭스 같은 큰 CP에게 기업시민으로서 책임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도 했다.

넷플릭스가 큰 ISP와는 협상하고, 작은 ISP는 무시한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레이튼 박사는 “미국에서는 컴캐스트와 넷플릭스 사이에 주요한 협상이 있어 망 대가를 낸 것으로 안다. 넷플릭스는 굉장히 많은 ISP와 금융거래나 엔지니어링 혁신, 파트너십 체결 등을 통해 적절한 협상을 하지만, 시골에서 작은 망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협상하기 어렵다. 이런 사정은 유럽도 마찬가지”라면서 “SK브로드밴드가 이 이슈를 (소송을 통해) 제기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이용대가를 두고 대한민국 법원에서 현재 2심 소송을 진행 중이다. 1심은 넷플릭스가 패소했다.

[디자인=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미국서 우편비용 대주는 넷플릭스…망대가 감내 수준


그의 말대로, 넷플릭스의 망이용 대가 회피가 최종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디지털 정보 격차를 일으키며, 소규모 통신사는 무시하는 전략을 쓴다고 하더라도 남는 문제가 있다.

넷플릭스에게 국내 ISP들이 돈을 받으면 넷플릭스가 이용자 요금을 올리진 않을까?, 모든 CP에게 망대가를 내라고 한다면 트래픽 전송료를 내기 어려운 중소CP들은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레이튼 박사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메일로 주문받아 우편으로 DVD를 판매하는 사업도 하는데 이때 최종 고객에게는 DVD 가격만 받고 우편 비용은 넷플릭스가 부담한다”며 “사업의 마진(판매가격과 매출원가의 차액)을 좀 줄여도 감내할만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거대 CP는 망대가 분담해야…중소 CP에게는 영향력 미미

모든 CP에 망이용대가를 내도록 하면 혁신이 저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기우라고 했다. 레이튼 박사는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의 절대 트래픽을 80%까지 발생시키는 거대 CP들만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며 “이런 사업자들은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 아마존프라임, 엑스박스 등”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검토 중인 법(망 이용대가 관련 법제)은 중소 CP의 네트워크 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데일리 등 언론사들도 빠른 대고객 서비스를 하기 위해 통신사의 전용회선을 이용하면서 이미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다.

브로드밴드 1위 한국 정책 관심…넷플릭스 2심 논리도 부적절

덴마크 코펜하겐에 거주하면서 한국에서의 소송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에 대해선 “한국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등에서 브로드밴드 사용능력이나 접근성에서 세계 1위 국가로 평가하는 나라”라면서 “브로드밴드 기술 선두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어떤 정책 움직임이 나올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1심때 ‘인터넷은 무료’라는 논리로 패소한 뒤, 2심에서는 ‘상호무정산(빌앤킵·Bill and Keep)’으로 논리를 바꾼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놀랐다”면서 “빌앤킵은 상대방끼리 서로 유사한 수준의 트래픽을 교환할 때 당사자간 합의하면서 쓰는 방법인데, SK브로드밴드는 고용량의 트래픽을 넷플릭스에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빌앤킵을 적용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넷플릭스는 항소이유서에서 ‘OCA(넷플릭스에 내재화된 콘텐츠전송네트워크)를 통해 SK브로드밴드의 트래픽 처리를 줄여줬으니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며, ‘빌앤킵’ 논리를 폈다. 법률대리인은 1심 때와 같은 김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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