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책 없이는 혈세투입 없다”..추가 자금투입 압박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에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 기업의 무책임성과 도덕적 해이가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고 한진그룹을 정조준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최악의 물류대란을 일으킨 한진해운(117930) 사태에 대한 야권의 ‘정부 책임론’을 적극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의 미흡한 자구노력’으로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는 이른바 ‘대주주 책임론’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실제 전날(12일) 여야 3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금융논리로만 접근해 물류대란을 가져왔다”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판에 “한진해운 사태는 채권단의 자구노력이 미흡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적었다”며 다소 소극적 반박에 나선 것과는 완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400억원)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100억원)의 사재 출연 등이 물류대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뼈를 깎는 자구책 마련 없이는 국민 혈세 투입이 없다는 원칙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사실상 오너가에 대한 추가 자금 투입을 압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한진해운 사태를 국무회의 석상에서, 그것도 장시간에 걸쳐 질타한 것 자체만으로도 유일호 경제팀을 우회 질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 대통령 이날 경제팀을 향해 “한진해운 선박에 화물이 묶여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수출화주들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또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집행·관리를 지시했다.
‘안보에 양보란 없다’..野정조준하며 ‘강경모드’ 선회
박 대통령은 이날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향해 고강도 발언들을 쏟아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안보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만큼 더는 야권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게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으로 보인다.
야권을 향해서도 “북한이 연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사드 배치를 백지화한다면 대한민국의 안보는 무엇으로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드 배치에 반대만 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너무나 고려치 않고 무방비 상태로 북한 도발에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노출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따름”이라고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지킬 수 있는 모든 것을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고 재차 못 박은 뒤 “북한의 핵개발 능력과 위협이 시시각각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 내부가 분열돼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면 어떠한 방어체계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거듭 ‘국론 단합’을 강조했다. 이어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국민들께서 보다 깊이 인식하고 안보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모든 힘을 결집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전날 발생한 경북 경주 지진을 언급, “이를 거울삼아 원전, 방폐장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지진 방재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