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의 두 번째 전용 전기차 EQE 350. (사진=벤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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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독일)=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우스갯소리로 자동차에 메르세데스-벤츠의 상징인 삼각별만 달면 그 어떤 모델이라도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말을 듣곤 한다. 삼각별에는 지난 130년간 고급차의 명맥을 이어온 ‘헤리티지’(Heritage·유산)가 응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벤츠가 연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어가고 전동화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그 유산은 이어지는 것은 동일하다. E-클래스의 전기차 버전 EQE는 전기차만의 매력과 함께 벤츠만의 가치를 여전히 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EQE는 프렁크부터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활과 같은 원 보우(One-bow) 라인이 인상적이었다. 아울러 차량 외관의 이음새를 줄인 매끄러운 표면의 심리스 디자인은 벤츠의 ‘감각적 순수미’를 드러냈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사용한 두 번째 모델인 EQE는 넉넉한 공간을 갖고 있다. 휠베이스는 3120mm로, 기존 E-클래스와 비교해 앞좌석 숄더룸은 27mm 확장됐고 실내 길이는 80mm 더 길어졌다.
벤츠의 전기차는 철저하게 안정감과 정숙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 시승한 EQE 350+ 모델의 최고출력 215 kW, 최대토크 530 Nm의 성능을 발휘한다. 출력과 최대토크만 살펴보면, 테슬라 모델S와 기아 EV6, 폴스타2 등과 비교해도 비교우위에 있거나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가속페달을 밟으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은 주지 않는다. 오히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을 때보다 내연기관으로 치자면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대략 1800~2500rpm일 때 가속감을 발휘했다.
이는 성능의 문제가 아닌 의도적인 튜닝의 결과라는 게 본사 측의 설명이다. 급가속 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전기차 이미지는 벤츠가 추구하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실제 듀얼모터를 탑재한 EQE 500 4MATIC 역시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 성능에는 월등히 앞섰지만 그래도 기존 전기차의 느낌은 덜했다. 오히려 빠른 가속감에도 안정적인 주행감이 인상적이었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두 번째 전용 전기차 EQE 350. (사진=벤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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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추구하는 주행의 편안함과 정숙성은 ‘회생 제동’ 기능에도 녹아있다. EQE의 회생 제동은 총 3단계(D+, D, D-)로 구성돼 있다. 통상 회생 제동은 급격한 감속으로 정숙감과 승차감을 헤쳐 호불호가 갈리지만, 벤츠는 다르다. 가장 강력한 회생 제동 시스템인 D+ 사용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곧장 급제동하지 않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서서히 속도를 줄인 뒤 제동한다. 그 약간의 시차가 회생 제동 중에도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정숙성과 승차감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겪어본 회생 제동 시스템을 채택한 차량 중 안정감은 단연코 돋보였다. 이를 통해 EQE의 배터리 용량은 90kWh로 유럽 WLTP 기준 최대 660km의 주행거리를 무리 없이 운행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울러 운전자 친화적이다. 내연기관에서 기어 단수를 수동으로 조작하게 해 운전의 즐거움을 더했던 패들 시프트는 전기차의 효율성을 더하는 기능으로 변모했다. EQE에 탑재된 패들 시프트는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하는 ‘회생 제동’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운전자가 상황에 따라 손 쉽게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선택할 수 있다. 벤츠의 첨단 기술로 도로의 상황을 읽어 회생 제동을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D 오토(D Auto) 모드도 있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의도와 다르게 설정되는 때가 있어 손이 가지는 않았다. EQE는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215kW 출력의 EQE 350+ 모델이 먼저 투입될 예정이다.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두 번째 전용 전기차 EQE 350. (사진=벤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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