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일본은행(BOJ)가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고도 ‘완화적 금융 환경’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BOJ 내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파)가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BOJ가 앞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 도쿄 일본은행(BOJ)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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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BOJ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논의를 주도한 인물은 우치다 신이치·히미노 료조, 두 부총재다. 정통 BOJ맨인 우치다 부총재는 경기 부양을 위해 초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비둘기파를, 금융청 관료 출신인 히미노 부총재는 조기 피봇(통화정책 전환)으로 경제 거품을 거둬야 한다는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선호파)를 대변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우치다 부총재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마이너스(-) 0.1%였던 단기 정책금리를 0.0~0.1%로 인상하긴 했지만 “완화적 금융 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신중론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장기 국채 매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에서도 이날 회의 이후 엔화 가치가 외려 떨어지는 등 BOJ 결정을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우에다 총재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그는 데이터와 전략을 비교하는 데 능숙한 순수 학자다”며 “하지만 빠르고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건 그의 강점이 아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통화정책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40년 가까이 BOJ에서 뼈가 굵은 우치다 부총재 도움을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에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에선 BOJ 내에선 인플레이션이 (정책 목표인) 2%대에 그리 오래 머물러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비둘기파가 기선을 잡으면서 BOJ가 제로금리를 넘어 1%대 금리로 이행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BOJ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하야카와 히데오는 “우에다 총재의 매우 신중한 성격과 금융정책결정회의 컨센서스 형성을 중시하는 점을 생각하면 우에다 총재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치다 부총재는 지난달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더라도 금리를 급속히 인상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