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손가락 표현’ 삭제하는 정부기관과 대기업…오픈넷 “억지 주장”

  • 등록 2021-08-25 오후 5:01:04

    수정 2021-08-25 오후 5:01:0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행정안전부, 국방부, 서울경찰청,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북 포항시, 경기 평택시, 전쟁기념관, 인천교통공사, 교촌치킨, 서울이랜드FC, 스타벅스RTD, 제네시스비비큐, GS리테일이 ‘집게손가락 표현’을 ‘남성혐오’로 수용하고 자체 검열로 유사 표현들을 포스터에서 삭제하는 가운데, 표현의자유를 강조하는 인터넷 분야 시민단체인 (사)오픈넷이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사)오픈넷은 25일 ‘집게손가락 표현을 삭제하는 정부기관과 대기업 규탄 성명서’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집게손 블랙리스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남성혐오라는 근거 없어

이들은 ‘집게손가락 표현’=‘남성혐오’라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했다.

오픈넷은 “정부기관과 기업들은 검증되지도 않은 논란에 앞장서 사과하고 억지 근거로 지목한 이미지를 바쁘게 지우고 표현의 당사자를 징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했다”면서 “일부 커뮤니티 내 남성들의 억지주장을 인정해 그것을 기정사실로 오인하게 만들고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데 다 함께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혐오표현 실태와 규제방안 실태조사’ 보고서도 언급했다.

이 보고서에서 혐오표현은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혐오표현은 단순히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표현이 아닌 것이다.

오픈넷은 “집게손가락 표현은 혐오표현은 물론이거니와 남성혐오표현이라고도 규정할 수 없다”면서 “이같은 표현이 혐오표현으로 규정된다면 백인을 대상으로 한 소수 인종의 대항표현, 일제의 식민통치를 비판하기 위한 한국인들의 비판적이고 대항적인 표현 역시 모두 혐오표현으로 제한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더 허탈한 것은 지금까지 문제시된 포스터들이 명확하게 남성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포스터라는 근거도 없다는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정부기관과 기업이 인지하고 있었다면, 사과하고 삭제하는 데 급급하기 전에 이들 이미지가 명백하게 누군가를 경멸하려는 의도를 전달하고 있는가를 거듭 생각해봤어야 했다. 정부기관과 기업의 고민없는 즉각적인 반응은 우리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보편적인 표현 하나를 없애버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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