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손실폭 줄였지만… 정유업계 ‘적자 늪’ 언제까지(종합)

영업손실 4397억, 전분기比 75% 개선 눈길
유가 상승반전 등에 재고 이익 확보 영향
그럼에도 상반기 정유4사 5조 적자 전망
‘오락가락’ 정제마진, 코로나19 변수 등 난관
  • 등록 2020-07-29 오후 3:53:27

    수정 2020-07-29 오후 9:11:47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정유업계의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지난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경험했던 정유업계는 올 2분기 손실폭을 대폭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선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096770)도 지난 1분기 기록했던 1조7000억원대의 영업손실 규모를 2분기엔 4000억원대로 줄이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결국 적자 기조를 바꾸진 못했다. 에쓰오일(S-OIL(010950))도 16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다,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역시 적자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재고 손실 개선


29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2분기 영업손실 4397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대비 적자폭을 75% 가량 줄였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조1996억원을 기록,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제품 판매 감소 및 단가 하락 등으로 전분기대비 36% 감소했다. 2분기 막판 국제유가의 상승 반전으로 정유사업에서의 재고 관련 손실이 대폭 개선되면서 적자폭을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코로나19로 중동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중동국가들이 원유 수출시 추가로 붙이는 프리미엄)이 하락한 것도 영향을 줬다. 정유사업은 SK이노베이션 전체 사업 부문에서 62%(매출대비 비중)를 차지한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석유사업에서 영업손실 4329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석유사업에서 1조6360억원의 적자를 낸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개선이다. OSP 하락과 유가 상승에 따른 래깅(원유 구매시점과 시장 투입시점이 한 달 이상 차이나며 발생하는 가격 차이)효과로 마진이 개선됐고 재고 관련 손실이 줄어든 영향이다. 국제유가만 해도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 3월 평균 배럴당 33.7달러에서 지난 6월 40.8달러로 7% 가량 올랐다. 코로나19에 대한 산유국들의 감산 대응 및 각국의 경제활동 재개 영향으로 상승 전환한 것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정유사업에서 7544억원의 재고 관련 이익을 거뒀다. 지난 1분기 정유사업에서 9554억원의 재고 관련 손실을 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석유화학, 석유개발, 소재 등 타 사업부문들이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이익을 낸 것도 전체 실적에 영향을 줬다. 연료 가격 하락 영향으로 화학사업은 682억원 흑자를 냈고, 윤활유 사업도 전분기대비 85억원 늘어난 3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소재 부문(SK아아이테크놀로지)도 배터리 분리막 판매 증가로 영업이익(437억원)이 늘었다. 다만 초기 단계인 배터리 사업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1138억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마진 개선에 따라 전분기 대비 영업손실은 축소됐지만 여전히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의 딥체인지 방향에 맞게 치열한 체질개선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텅빈 지상제품출하장의 모습.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제품출하장에 탱크로리가 한 대도 없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정유업계 상반기 5조 적자 전망, 하반기도 불투명


비록 2분기 들어 손실폭은 많이 줄긴 했지만 정유업계는 여전히 적자 늪에 빠져 있다. 앞서 실적을 발표했던 에쓰오일도 2분기 영업손실 164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1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개선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2분기 석유제품 판매를 전분기대비 6%나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낮아진 제품 가격으로 인해 매출이 줄었다”면서 “영업이익 측면에선 유가반등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을 줄여 적자폭을 크게 축소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역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 2분기 GS칼텍스는 3000억원대, 현대오일뱅크는 7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분기 정유 4사의 영업손실 규모가 총 4조3000억원대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정유 4사가 올 상반기 기준으로 5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1분기보다는 적자폭을 대폭 개선시킨만큼 업계에서도 ‘최악은 지났다’는 안도감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당장 정유사들의 대표 수익지표인 정제마진만 보더라도 배럴당 -0.3달러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통상 배럴당 4~5달러 이상이 돼야 정유사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정유업계는 하반기부터 코로나19 관련 각국의 제한조치들이 완화되면 석유제품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변수다. 코로나19 재유행시 언제까지 수요 부진이 장기화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불황의 터널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최근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모습이어서 하반기엔 마진이 높은 항공유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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