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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경찰서는 폭행 등 혐의를 받는 나이지리아인 남성 A(34)씨를 지난 19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18일 밤 12시쯤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 거리에서 금반지를 잃어버린 뒤 친구와 몸싸움을 벌였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한 이후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친구에게 시비를 걸고 욕설을 했다. 그는 싸움을 말리려던 경찰도 밀치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의 제지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A씨는 임신 9개월인 한국인 아내 B(32)씨에게 연락을 취해 도움을 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B씨는 경찰과 남편을 중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A씨는 중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반지를 찾아달라”며 소리를 질렀다. 경찰은 B씨에게 “(남편을) 체포해야 한다”,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다”며 몇차례 고지했다. B씨는 경찰에게 “테이저건을 사용하지 말아달라”며 진정시킬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남편이 테이저건에 맞아 넘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놀란 B씨는 사건 다음날인 20일 국민신문고에 ‘경찰이 남편을 과잉 진압했다’며 민원을 넣었다. B씨는 사건 이후 태아가 걱정돼 병원 진료를 예약한 상황이다.
B씨는 “당시 너무 놀라 말이 안 나오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며 “(남편 키가) 183cm에 덩치가 있다고 해도 경찰 5~6명이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테이저건 사용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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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은 지난 2019년 ‘대림동 여경 사건’과 ‘암사역 흉기 난동’ 등을 계기로 범죄 피의자에 대한 물리력 행사 기준 규칙을 제정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위험 정도에 따라 물리력 행사 기준을 5단계로 나눴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대상자가 경찰관이나 제3자에 대해 신체적 위해를 가하려고 하거나 실제 공격하는 ‘폭력적 공격’ 단계(4단계)에서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당시 A씨가 ‘공격하려는 의사가 있었느냐’가 경찰의 물리력 행사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한 지구대 팀장은 “당시 (A씨의 상태가) 적극적 저항이었는지, 소극적 저항이었는지 알기 어렵지만, 경찰관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테이저건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테이저건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테이저건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경찰이 현장에서 물리력을 사용할 때 잘못 판단하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테이저건 사용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 2019년 울산에서 택배노조원을 체포하던 경찰이 테이저건을 사용한 것을 두고 “전자충격기 같은 위해성 경찰장비는 생명이나 신체에 의도치 않게 위해를 가할 수 있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