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투쟁 시작한 한국GM 노조…10년전 쌍용차와 ‘판박이’

한국GM 노조, 이번주 국회 앞 기자회견 및 총파업 논의 진행
"노사관계 개선 없는 정부 및 본사 지원, 밑빠진 독에 물붓기"
  • 등록 2018-02-19 오후 6:28:50

    수정 2018-02-19 오후 6:28:50

한국GM 노동조합은 설 연휴 이후 군산공장 폐쇄 철회 및 군산공장 조합원 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위해 부평 본관동앞에 천막농성에 본격 돌입했다. 한국GM 노조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군산공장 폐쇄 통보를 받은 한국GM 노조가 노숙투쟁을 시작한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및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총파업까지 불사한다는 움직임이다. 경영난 속에서도 강성 노조 문화를 고수하며 고임금·저생산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점이 10년 전 쌍용차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이날부터 전 간부가 지부 본관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노숙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노조는 또 20일 오전 국회에 모여 ‘GM 자본 규탄 및 대정부 촉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곳에서 노조는 자구책 마련 없이 일방적 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제너럴모터스(GM)를 규탄하는 동시에 30만 노동자 고용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줄 것을 주장할 예정이다.

아울러 22일에는 대의원회의에서 총파업 안건을 회의에 올리고,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이밖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및 경영진의 퇴진 운동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2월 안으로 노사합의를 하고자 하는 사측과 달리 노조는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이 경우 한국GM도 본사에 신차 배정 등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요청할 명분이 사라지고, 이는 정부의 지원도 막는 길로 이어져 앞으로의 ‘정상화 시나리오’에 큰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이제는 생사의 기로에서 투쟁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며 “부평 본관동 점령을 시작으로 군산공장이 회생하는 그날까지 물러섬 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보 없는 노조 “정부·본사 지원”만 외쳐대

한국GM 노조의 이러한 강경 투쟁 전개는 10년 전 ‘옥쇄파업’으로 공권력 투입까지 이어졌던 쌍용차 노조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2009년 5월부터 8월까지 76일간 구조조정에 반발해 평택공장 점거농성을 벌였고, 결국 조합원 64명이 구속되면서 사태가 끝났다. 한국GM 역시 군산공장 폐쇄 및 한국시장 철수 문제를 놓고 노사의 극한대립이 이어질 경우 이러한 비극이 다시 초래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무엇보다 강경 투쟁에 앞서 스스로의 제품 경쟁력 저하에 대한 반성도 이뤄져야 한다는 쓴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GM은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중형세단 신차 ‘말리부’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내수 점유율이 9.9%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군산 공장에서 생산해 작년 2월 야심차게 내놓은 준중형세단 신차 ‘크루즈’에 불량이 생겼고, 이로 인해 초기 신차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고임금·저생산 구조도 문제다. 한국GM 노조는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적자로 전환한 2014년 이후에도 매년 3~4%씩 임금을 인상했다. 2013년 7300만원이던 한국GM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2016년 8700만원으로 19% 올랐다. 연간 순손실이 3000억~9800억원이 났던 2014~2016년에도 노조는 매년 1600억원 이상의 성과급까지 받아갔다. 그런데도 전 세계 자동차 공장 148개의 생산성을 비교한 ’하버리포트(2016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GM의 군산공장은 130위로 세계적으로도 고임금대비 낮은 생산성을 나타낸다.

2월 데드라인 노사합의 도출될까

GM 본사도 이러한 고임금 구조를 깨지 않으면 한국 시장에 남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2월 데드라인’을 걸고 임금 동결 및 성과급 축소 등을 담은 노사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조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쌍용차도 한때 옥쇄투쟁으로 죽어가다 새로운 노조가 탄생해 상생 노사관계를 구축, 7년 무분규 임단협 체결로 고정비를 줄이고 티볼리와 렉스턴 G4 등 신차 개발 투자로 흑자 전환한 것이 좋은 사례가 됐다”며 “한국GM 노조도 노사 관계의 변화 없이 조건 없는 본사나 정부의 지원만을 바란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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