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에 주택 가격 관련 목표를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지만, 소비자물가지표(CPI)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는 것은 금리 결정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에는 정부의 공공요금 관리 등 관리물가 비중이 높고, 자가주거비가 포함되지 않은 만큼 실제 수치보다 더 물가 상승세가 높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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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경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9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코로나19 이후 통화정책 과제’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자가주거비가 CPI에 포함되지가 않은데다가 관리물가 비중이 22%로 높아서 기조적인 하방압력이 큰 상황”이라면서 “이런 하방압력을 고려한다면 소비자물가는 8월 기준 2.6%가 아닌 3%대 중반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지금처럼 주택가격 상승세가 높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가주거비를 포함시키면 소비자물가 수준이 저평가되는 것을 보완해 금리 정책의 과소 대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 금리 인상 혹은 인하 결정에 있어 물가안정 목표와 금융안정 목표가 상충되는 경우가 생겼을 때도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서 서 위원은 통화정책 자체로 ‘집 값’과 같은 특정 자산의 가격을 조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정부의 공급 정책과 규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실제 조정 효과도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 수립 목표에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유럽중앙은행(ECB)이 소비자물가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기로 결정하고 2026년까지 이를 검토하기로 했는데,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은 “집 값처럼 특정 상품의 가격을 통화정책 목표로 설정할 할 수도 없거니와 기타 여러 정책 요인에 영향을 받아서 조정이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CPI 추정은 바람직하다 보는데 물가안정 목표와 금융안정 목표가 상충되는 문제를 어느정도 해소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일 같은 주제를 다룬 한은은 BOK이슈노트에서는 자가주거비 반영 여부와 관련해서는 필요성과 제약요인이 병존한다면서 신중한 스탠스를 보였는데, 이와 달리 서 위원은 분명한 찬성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다만, 실제로 자가주거비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은에서 최근 낸 자료에서처럼 측정 방법이 여러가지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관 기관 협조, 인력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고 CPI가 국민연금 등 여러 가지와 연계돼 있어서 이런 이슈도 고려햐야 한다. ECB도 2026년까지 검토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타임 플랜을 가지고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이 주택가격 상승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와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 속도와 정도에 대해서는 단정짓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서 위원은 “집값을 포함해 특정 상품 가격을 대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전체의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하지만 최근 가계부채의 상승과 집값 상승세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거시 경제 리스크가 커지기 떄문에 주택 가격의 상승을 주목해서 본 것”이라면서 “어느 정도의 금리 수준이 적정한지, 추가 인상 여력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보면서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