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일리 전 대사는 전날 슈퍼화요일에 치러진 15개주 경선 중 14개주에서 패배해 사퇴를 결정했다. 로이터는 네바다와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등 주요 격전지인 3개 주에서 약 57만명이 헤일리에게 표를 던진 점에 주목했다. 최근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선거 판세에서 규모는 작지만 잠재적으로는 중요한 그룹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WP)는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누구에게 투표할지가 관건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헤일리 지지층은 대체로 고학력층, 도심 출신, 중도 성향 유권자다. 중하층, 저학력층, 시골 출신 백인이 지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주요 지지 기반이 다르다. WP는 헤일리 지지층이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라고 전하면서 이들의 표심이 트럼프를 뽑는 것, 역선택으로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 부동층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고 진단했다.
앞서 NYT와 시에나가 지난달 25~28일 전국 유권자 9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48%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31%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었다고 밝혔다. 헤일리 지지층 다수가 정치 성향에 따라 표를 던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헤일리 전 대사가 사퇴를 표명한 직후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는 니키 헤일리의 지지자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나는 내 캠페인에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장악한 공화당에서 소신 있게 경쟁을 펼쳤다는 점을 치켜세웠다. 그는 “오늘날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감히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헤일리는 트럼프를 항상 따라다니는 혼란,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능력, 푸틴 앞에서 움츠러드는 모습에 대해 기꺼이 진실을 말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헤일리 전 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의 차이를 부각시켜 헤일리의 지지자를 끌어안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은 모두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은 공화당 경선에 집중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분석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중도 성향 공화당 지지자들과 무소속 경합주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건한 이미지를 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의 성명은 헤일리를 조롱하는 반면, 바이든의 성명은 예의를 갖춰 그의 지지자들에게 진심어린 모습을 보였다”며 “트럼프는 11월에 필요한 한 유권자 그룹으로부터 선의를 얻을 수 있는 쉬운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