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 잡는 한은, 5개월째 매달 물가전망 상향…"전쟁을 누가 예측하나"(종합)

한은, 긴급 ‘물가 상황 점검회의’ 열고 전망 상향 시사
3월 물가상승률 4.1% 기록에 당분간 4%대 물가 예상
연간 전망, 작년 11월 2%서 5개월만에 3.1% 이상으로
유가 전망 어려워도 작년부터 오른 곡물 값 여파 지적
  • 등록 2022-04-05 오후 3:45:04

    수정 2022-04-05 오후 9:04:16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2월 3.1%로 제시한 뒤 6주 만에 상향 조정할 것을 시사했다. 2.0%로 예상했던 작년 11월과 비교하면 대폭 수정된 것이다. 한은이 반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물가 전망을 매달 바꾸고 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은 예상할 수 없었기에 상황에 맞춰 대응했단 입장이다.



3월 물가부터 4%대 찍자 전망치 상향 예고한 한은

한은은 5일 긴급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당분간 4%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며 연간 물가도 2월 수정경제전망 당시 예측했던 3.1%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이자 전망치 수정을 예고한 것이다. 3월 물가는 이데일리가 지난 4일 집계한 국내증권사 8곳의 전망치 평균치(3.9%)와 중간값(4.0%)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를 나타내다가 지난달 4%대로 올라섰다.

한은의 연간 물가 전망치 수정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거의 매달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작년 8월 올해 연간 물가를 1.5%로 예측했지만,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원유 수요 회복 지연 우려 등에 국제유가가 오르자 두 달 뒤인 10월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 당시 2% 수준 상향을 예고했다. 이후 11월엔 8월 전망치(1.5%)보다 0.50%포인트 올린 2.0%로, 12월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선 2%대로 조정했다.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선 다시 2%대 중반으로 올렸고, 2월엔 3.1%로 상향했다. 3월 물가를 확인하고는 3.1%에서 상향조정을 추가로 예고했다.

한은 측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상방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전망치를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특히 국제유가의 경우 전망기관의 예상과 다르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경제의 영역이 아닌 예측할 수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컸고, 특히 유가의 경우 국제 전망기관 수치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지금 추세로 보면 최소한 몇 달은 4%대 물가를 보일 수 있단 예상”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옥스퍼드경제연구소(OEF),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세 곳의 국제유가 전망을 주로 참고하는데, 이 세 곳의 올해 연평균 유가 전망치는 지난 2월 83~86달러대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 달만에 전망치가 크게 상향됐다. EIA는 3월 보고서에서 올해 브렌트유의 연평균 전망치를 배럴당 105.2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전망치를 배럴당 101.17달러로 제시했다. 한 달 전에 비해 약 27% 상향 조정한 것이다.



작년부터 누증된 물가 상방 위험은 좀 더 경계했어야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 예견은 어려웠어도 작년부터 나타났던 물가 상승 징조에 좀 더 민감한 검토가 필요했단 비판도 나온다. 작년 연초부터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온 뒤 연말까지 이슈가 지속되면서 식품, 외식가격의 줄인상이 이어진 점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단 지적이다.

실제로 3월 외식물가,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도 각각 6.6%, 6.4%로 물가 급등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물가 상승 기여도는 석유류가 1.32%포인트, 외식물가가 0.83%포인트, 가공식품이 0.55%포인트로 전체의 65.2%를 차지했다. 이달 4%대 물가 상승률을 예측했던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등에 더해 작년부터 누증된 상승 압력이 한꺼번에 나타나며 물가가 급등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은은 내년 물가 전망치 조정에 대해선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우크라이나 상황 불확실성에 유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올 하반기 전쟁 불안 완화, 재고 증대 등에 원유 가격(브렌트유 기준)이 하반기 중 배럴당 80달러대에 진입할 가능성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제금융센터가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원자재 가격 전망을 토대로 발표한 4월 보고서에서는 WTI 기준 유가가 올해 4분기 평균으로 98달러에 머무르며, 내년 1분기에나 되어야 88달러 수준으로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내년 물가 전망치 조정 여부는 5월 수정경제전망쯤 돼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우크라이나 전개 상황 불확실성에 하반기 유가 전망이 어렵고, 올해 크게 오른 기저효과 등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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