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 등록 2017-02-13 오후 2:19:06

    수정 2017-02-16 오후 1:20:33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건전성과 도덕적해이의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한 금융연구소 서민금융 전문가의 말이다. 서민금융정책에 항상 뒤따르는 도덕적해이란 말의 기원을 알고 싶어 물었던 질문이었다. 도덕적해이는 금융에서 중요하다.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도덕적해이를 지적하지 않으면 ‘오래 버티면 누군가는 손을 내민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배 째라식 사회’를 조장할 수도 있다.

문제는 도덕적해이가 ‘비대칭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자에게는 엄격하지만 금융기관에는 그렇지 않다.

“은행이 돈을 퍼줬냐 결국 차주가 빌려간 거지”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생각이다. 금융기관이 아무 역할을 하지 않을 때만 성립하는 비판이다. 금융기관은 단순히 자금 대부자에서 자금 대출자로 자금을 전달하는 게 아니다. 사업성 심사나 상환능력에 대한 꼼꼼한 평가를 통해 자금이 사회적으로 생산성 있는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차주를 선별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 한 게 금융기관의 도덕적해이다. 담보와 보증이 없으면 대출을 안 하거나 2금융권이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인 고금리를 적용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역으로 상환능력 없는 사람에까지 돈을 빌려주는 약탈적 대출도 이에 해당한다. 상환능력이 없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게 정답이다. 대출문턱이 높아져 서민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이는 복지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더 싸게 더 많이 빌려주겠다‘는 모든 서민금융정책도 ‘빚의 확대’라는 점에서 무작정 확대할 일도 아니다.

올해가 IMF 외환위기 20년째다.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후 금융기관 건전성을 금융감독의 최우선 가치로 생각해왔다. 이 덕에 2008년 금융위기도 무난히 넘겼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기능은 왜곡됐다. 1300조원의 가계부채도 총부채상환비율(DTI) 60%라는 온실 속에서 쉽게 대출을 확대한 때문은 아닌지 저축은행, 카드사, 대부업체는 ‘마른 수건도 짜낼 수 있다’는 과도한 채권추심만 믿고 대출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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