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조건 없는 만남'에 전장연 '조건 필요' 반발…강대강 대치

오세훈, 전장연 면담 제안에 "조건 없어야"
전장연 "눈도장 찍으러 가는 것 아니다…조건 필요해"
법원 강제조정안 두고도 입장 차 여전
  • 등록 2023-01-05 오후 4:55:21

    수정 2023-01-05 오후 4:55:55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면담 요청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만남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기 싸움이 여전하다. 오 시장이 면담에 응하는 대신 ‘조건 없는 만남’을 제안하자, 전장연이 ‘조건은 필요하다’며 다시 반발하는 등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5일 전장연의 면담 요청과 관련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만남에는 어떠한 조건도 없어야 한다”며 “불법을 행하여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거래를 하려는 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전장연이 요청한 공개방송에 대해서도 “만남과 대화의 기회를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용인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전장연은 전날(4일) 서울교통공사에 약 2주간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중단하는 대신 오 시장과의 면담을 제안한 바 있다.

오 시장의 ‘조건 없는 만남’ 제안에 전장연은 즉각 반발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님. 만남에는 조건이 있을 수 있습니다’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전장연의 이번 만남은 서울시장 취임식 같은 축하하는 자리에 조건 없이 눈도장 찍기 위해 만남을 제안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장연이 제안한 의제는 ‘지하철이 1분도 늦으면 큰일난다. 무관용’이라는 오 시장의 발언으로 야기된 ‘장애인이 지하철 탑승도 거부된 문제’다”며 “(이번 면담은) 의견을 전달하고 대화와 협의를 위한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장연은 공개방송이 선전장으로 이용된다는 오 시장의 말에도 발끈했다. 전장연은 “법원의 조정안에 대해 공개 방송 인터뷰로 ‘법치주의를 흔든다, 비합리적이다. 무르다’로 먼저 선전했다”며 “그것은 선전이 아니고 무엇인지 말해달라. 전장연이 공개방송을 통해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제안한 것은 오 시장이 먼저 공개방송을 통해 말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이 말하는 조건의 범주는 무엇인지, 원하는 만남과 대화의 자리에 대한 구체적 방식과 일정을 전장연에게 알려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상임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알리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과 전장연의 극적 만남 성사 가능성이 열렸음에도,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며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모습이다. 이들은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두고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법원의 강제조정안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오는 2024년까지 1역사 1동선(교통약자가 도움 없이 외부에서 지하철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경로)이 갖춰지지 않은 19개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 대신 전장연은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 만일 전장연의 시위가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수용 의견을 냈지만, 오 시장은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오 시장의 ‘무관용 원칙’에 따라 공사가 직원들과 경찰관들의 제지로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이 불발되기도 했다. 서울시도 전장연과의 면담 성사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불법 시위에 대한 강경대응 기조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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