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경기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긴축 공포가 재확산하고 있다. 증시와 달러 대비 원화가치 뿐 아니라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안정적 흐름을 보이던 채권금리마저 오르면서 원화 자산이 일제히 추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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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직접 개입에도 불구하고 5.7원 오른 1345.5원에 마감해 1340원대로 올라섰다. 마감 직전 몰린 달러 매수 수요에 장중 고가는 1346.6원까지 뛰었다. 환율 수준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4월 28일(1356.80원) 이후 가장 높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 데 이어 외환당국도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상승 흐름을 막지 못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달러 매수 수요가 꺾이지 않았기 때문에 1350원대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우리시간 26일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은 급격히 연준의 긴축 기조 유지 쪽으로 기대를 틀었고, 달러화 가치와 미 국채 금리 모두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9선을 넘어 7월 고점(109.298)에 거의 근접했고,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3.3%대를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9월 FOMC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55%로 반영 중이다.
국고채 금리도 장단기 금리 모두 상승세다. 연준의 조기 피봇(정책전환) 기대 후퇴, 미 국채 금리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아 지난 17일 이후 지속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는 중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281%로 지난달 21일(3.294%) 이후 한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5년물, 10년물 금리도 3.34%대, 3.36%대로 올랐다.
국내증시도 7월 이후 베어마켓 랠리(하락장 속 상승세)를 보였지만 미국의 통화긴축 경계가 커지면서 이런 흐름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전환과 기관투자자의 매도 흐름에 5거래일쨰 하락하며 2430선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도 이달 중순 830선까지 올랐지만 이날 780선으로 후퇴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등 대외 금리가 다 같이 오르면서 국고채 금리도 따라 오르는 중”이라면서 “연준의 조기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유럽 물가 급등과 경기둔화 이슈, 중국 경기 부진과 위안화 약세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오는 26일 오후 11시(한국시간 기준)에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기준 금리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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