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이어온 코스피 시장이 정작 정책이 공개된 26일 내림세를 나타냈다. 베일을 벗은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에 실망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마련하도록 한 데다, 관련 가이드라인이 오는 6월에야 나올 것이라는 얘기에 기관과 개인이 실망 매물을 쏟아내며 코스피는 2640선까지 밀려났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62포인트(0.77%) 내린 2647.08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861억원, 480억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금융당국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자율적인 노력’과 ‘긴 호흡’을 강조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이끌 구체적인 방안이 없단 점을 지적했다. 특히 기업의 주주환원을 이끌 핵심으로 손꼽히는 세제지원이 ‘맹탕’에 그친 것이 시장의 실망을 키웠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이 나온 이후 투자자들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제시,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수반되는 세제 혜택까지 기대했던 상황”이라며 “기대감이 컸던 이슈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가 축소되는 국면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정부와 시장 모두 가이드라인의 모범 답안을 알고 있는 가운데 시간을 끄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울 것”이라며 “가이드라인 확정을 1~2개월 앞당기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에 올랐던 업종의 하락세가 컸다. 보험(-3.81%), 금융업(-3.33%), 증권(-2.89%) 등이 큰 폭으로 내렸고 개별 종목으로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수혜가 부각됐던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각각 2.05%, 3.01% 하락했다. 주요 지주사인
LG(003550)(-7.49%),
SK(034730)(-6.76%),
LS(006260)(-5.77%),
CJ(001040)(-5.98%) 등도 일제히 급락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성을 강조한 만큼 단기적인 조정에도 시장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 달간 상승폭이 컸던 금융주화 현대차 그룹주를 비롯한 지주회사들의 실망 매물 출회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한 후속 일정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번 밸류업 관련주 조정은 ‘파는 조정’이 아닌 ‘사는 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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