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을 한달여 앞두고 건설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잇따라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구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행여나 첫 타깃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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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건설사들이 중대재해법 시행일에 맞춰 공사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내달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만 쉬면 2월 2일까지 7일간 휴무할 수 있다. 이들이 공사현장을 멈추려는 이유는 자칫하다 사고가 날 경우 중대재해법 첫 처벌 사례로 기록되는 것이 우려스러워서다. 일부 기업들은 설 연휴 이후에도 며칠 더 쉬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처벌 사례가 돼 곤욕을 치르느니 공사현장을 쉰다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대형건설사들은 안전전담 조직을 강화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2개 팀이던 안전환경실을 안전보건실로 확대했다. 이어 산하에 안전보건 정책팀·운영팀·지원팀, 그리고 환경팀 및 3개 사업부별 안전보건팀 등 모두 7개팀으로 늘렸다. 또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가진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신규 선임했다. 안전을 전담 연구하는 조직인 ‘건설안전연구소’와 ‘안전보건 자문위원회’도 신설했다.
GS건설은 조직개편을 통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신설하고, CSO 산하에 안전보건팀, 안전점검팀, 안전혁신학교 등 3개 팀을 두고 4개 사업본부 내 안전담당자 7명을 별도로 배치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월 1본부 2실, 8팀, TF로 구성된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했다. 이 본부는 현장 인원까지 총 300여명으로 구성됐다.
책임 범위 등 여전히 모호..중소건설사 타격 더 커
하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치다. 책임자의 기준과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자칫 모호한 규정으로 과도한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경영책임자다. 중대재해법 2조9항을 보면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사업장과 하청업체를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본사 또는 원청이 모든 사업장과 하청업체를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어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은 물론 회사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또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 면책 규정이 따로 없어 개인부주의 등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회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할 수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안전관리 강화 내부지침이나 규정은 마련했지만 조직개편은 진행 중이다. 구색갖추기 식으로 전담조직은 만들 수 있겠지만 얼마나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수백개에 이르는 공사현장을 다 챙길 수도 없는데다 근로감독을 했는데도 예상치 못한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중견건설사는 회사 존립이 흔들릴 수 있는 처벌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우선 내년에는 5명 이상인 사업장 또는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공사에만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예정”이라면서 “법 시행 이후 우려되는 문제점과 실제 사례들을 수집해서 정부와 국회에 법적 보완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