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첫 타깃 피하려 '공사중단' 고육책까지

[중대재해법 시행 초읽기]
내달 27일부터 설 연휴까지 장기휴무 현장 속출할 듯
대형건설사 전담조직 신설 등 조직개편 했지만
경영책임자 규정 모호..책임 범위도 논란
면책규정 없어..중견건설사 더 큰 타격 우려
  • 등록 2021-12-29 오후 6:17:44

    수정 2021-12-29 오후 9:01:36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경남지역의 한 중견건설사는 내달 말 본사 직원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까지 장기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내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데다 설 연휴까지 끼어 있어 겸사겸사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어차피 겨울이라 공사도 진행하기 어려운데다 무리하게 공사를 하는 것보다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잠시 쉬어가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한달여 앞두고 건설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잇따라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구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행여나 첫 타깃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사진=뉴시스)
잇따라 CSO 선임..전담조직 신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건설사들이 중대재해법 시행일에 맞춰 공사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내달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만 쉬면 2월 2일까지 7일간 휴무할 수 있다. 이들이 공사현장을 멈추려는 이유는 자칫하다 사고가 날 경우 중대재해법 첫 처벌 사례로 기록되는 것이 우려스러워서다. 일부 기업들은 설 연휴 이후에도 며칠 더 쉬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처벌 사례가 돼 곤욕을 치르느니 공사현장을 쉰다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대형건설사들은 안전전담 조직을 강화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2개 팀이던 안전환경실을 안전보건실로 확대했다. 이어 산하에 안전보건 정책팀·운영팀·지원팀, 그리고 환경팀 및 3개 사업부별 안전보건팀 등 모두 7개팀으로 늘렸다. 또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가진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신규 선임했다. 안전을 전담 연구하는 조직인 ‘건설안전연구소’와 ‘안전보건 자문위원회’도 신설했다.

DL이앤씨도 내년 1월1일부로 준법경영실 산하 안전관리 조직인 품질경영실을 경영위원회 직속 안전지원센터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이달 초 대표이사 직속 안전 조직을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하고, 격상해 안전보건운영팀, 예방진단팀, 교육훈련팀 3개팀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건축, 주택, 토목, 플랜트 등 각 사업본부 내에도 본부장 직속으로 안전팀을 별도로 신설했다.

GS건설은 조직개편을 통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신설하고, CSO 산하에 안전보건팀, 안전점검팀, 안전혁신학교 등 3개 팀을 두고 4개 사업본부 내 안전담당자 7명을 별도로 배치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월 1본부 2실, 8팀, TF로 구성된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했다. 이 본부는 현장 인원까지 총 300여명으로 구성됐다.

책임 범위 등 여전히 모호..중소건설사 타격 더 커

하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치다. 책임자의 기준과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자칫 모호한 규정으로 과도한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경영책임자다. 중대재해법 2조9항을 보면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사업장과 하청업체를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본사 또는 원청이 모든 사업장과 하청업체를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이번 법안은 대형건설사보다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중견건설사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장 시행령 제4조에 따라 상시근로자 수 500명 이상, 시공능력 상위 200위 내 건설사업자는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과 인력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어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은 물론 회사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또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 면책 규정이 따로 없어 개인부주의 등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회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할 수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안전관리 강화 내부지침이나 규정은 마련했지만 조직개편은 진행 중이다. 구색갖추기 식으로 전담조직은 만들 수 있겠지만 얼마나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수백개에 이르는 공사현장을 다 챙길 수도 없는데다 근로감독을 했는데도 예상치 못한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중견건설사는 회사 존립이 흔들릴 수 있는 처벌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우선 내년에는 5명 이상인 사업장 또는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공사에만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예정”이라면서 “법 시행 이후 우려되는 문제점과 실제 사례들을 수집해서 정부와 국회에 법적 보완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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