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1월 3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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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스쿨 미투’ 운동의 도화선이 된 용화여고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신고 의무 미준수를 이유로 당시 교감에 내려진 견책 징계 취소가 확정됐다. 법원은 사건 공론화 이전 해당 교감이 성추행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김시철)는 용화여고 교감 A씨가 “견책 처분을 취소하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교원소청심사위가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용화여고 스쿨 미투 사건은 지난 2018년 4월 4일 졸업생들이 일부 교사들의 상습적인 성추행 의혹을 고발하고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올리며 외부에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21일엔 학교 교장이던 B씨에게 ‘교사 C씨가 학생과 상담하며 학생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았다’는 내용의 민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B씨는 다음날 간부 교사들 회의를 소집해 ‘학생과 면담 시 어깨 두드림, 하이파이브,허벅지 손 대기 등은 상당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이후 C씨를 교장실로 따로 불러 전날 걸려온 민원 전화 내용이 사실인지 물어봤다. C씨가 이를 부인하자 B씨는 ‘학생과 상담 시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라’는 취지로 경고했다.
국민청원 이후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서울특별시교육청은 4월 11일부터 23일까지 용화여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A씨 등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시 징계요구서에서 “성고충처리위원장인 A씨가 3월 22일 B씨로부터 ‘C씨가 학생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는 내용을 듣고도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학교법인 용화학원은 서울시교육청 요구에 따라 같은 해 8월 “신고 의무를 위반했다”며 A씨에 대해 견책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에 징계 취소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그는 2019년 3월 교원소청심사위를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A씨가 2018년 3월 22일 교장 B씨로부터 C씨의 성추행 의혹을 전해 들었는지 여부였다. 그는 소송 과정에서 “당시 간부 회의에서 ‘학생들과 면담 시 행동을 조심하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을 뿐이다. B씨가 제보 내용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며 “내용을 몰랐던 만큼 신고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청원 이후에 B씨로부터 제보 내용을 들었고,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수사 기관 신고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정직 처분을 받은 B씨도 징계 재심 과정과 법정에서 “간부 회의 당시 민원 내용을 A씨에게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고, 특별감사 진행 후에야 비로소 내용을 알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심은 “B씨 증언 내용에 일관성이 없어 증언 내용을 전체적으로 모두 신빙하기 어렵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고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이 실시간 조사 어디에서도 A씨가 민원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일부에 대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B씨 진술만으로 사실 확인서 내용을 뒤집고 징계 사유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