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 게릴라극장, 역사 속으로…내달 16일 폐관

소극장 '연극의 메카' 사라진다
'황혼' 폐관 공연 끝으로 문 닫아
블랙리스트 올라 3년전 지원 끊겨
재정난 매각 결정…한복집 운영
‘30스튜디오’서 창작정신 이어가
  • 등록 2017-03-20 오후 2:38:04

    수정 2017-03-20 오후 2:48:51

소극장 연극의 메카이자 오프 대학로의 중심으로 불리던 게릴라극장이 4월 16일자로 폐관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사진=연희단거리패).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소극장 연극의 메카인 서울 종로구 대학로 게릴라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2004년 동숭동에 짓고, 지난 2006년 혜화동으로 옮겨 재개관한지 11년만이다.

연희단거리패 오동식 배우 겸 연출은 최근 게릴라극장에서 연 광대극 ‘변두리극장’ 공연 뒤 관객과 대화에서 “연극인들에게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공간이자 후배 극단 및 연극인들의 요청으로 올해 동안 공연 활동을 지속하려 방법을 모색해봤지만 재정난으로 결국 운영이 힘들어져 폐관을 결정했다”며 “26일까지 변두리극장을 공연한 뒤 연극 ‘황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오 연출은 “게릴라극장은 매각되지만 지난해 10월 명륜동에 마련한 30스튜디오에서 창작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게릴라극장은 연희단거리패의 소극장 레퍼토리와 더불어 상업극과 차별하는 예술성으로 오프 대학로의 중심이자 젊은 연극인들의 다양한 실험의 장이 돼왔다. 여러 기획공연을 통해 다른 극단에도 문호를 열어주는가 하면, 대관료를 받지 않고 수익을 절반 나누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재능있는 젊은 극단들을 발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게릴라극장 폐관공연으로는 페터투리니 작, 윤시향 역, 채윤일 연출의 ‘황혼’이 무대에 오른다. 작년 11월 게릴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 ‘황혼’은 세상에서 밀려난 노년과 중년의 이야기이자 주목받지 못한 예술가들의 만남을 다룬다. 극단적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며 삶의 잔인함을 천역덕스럽게 얘기하는 작품이다.

연희단거리패 측은 “깊고 솔직하게 존재의 밑바닥을 드러내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 게릴라극장 폐관공연으로 선정한 이유”라고 말했다. 배우진은 초연에서 동반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명계남과 김소희이 맡는다.

게릴라극장은 실질적으로 극단을 이끄는 극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 예술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지난 3년전부터 공공 지원이 끊겼다. 연극작품을 생산적으로 개발해도 늘어나는 적자 폭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한편 게릴라극장은 향후 연극과 무관한 한복디자인 작업실로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성균관대 인근에 문을 연 ‘30스튜디오’는 연극 공연은 물론 워크숍, 세미나, 리딩 모임 등 서울과 극단 본거지인 경남 김해시 도요리를 오가는 단원들의 숙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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