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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가 빚을 내서 공항 같은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저금리와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벌자는 취지다. 그러나 저금리에 의존한 이 투자가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오릭스가 간사이(關西)국제공항에 이어 고베(神戶)공항의 운영권을 취득할 전망이라고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오릭스는 이와 함께 미국에서 수도 보수회사를 인수하는 등 인프라 관련 투자액을 총 100억 달러(약 11조38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는 돈이 넘쳐나는데다 인프라에 대규모 자원을 쏟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도 들어맞는 방향이다.
오릭스는 또 국내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메가 솔라)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미 16만 가구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달하는 52만㎾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오릭스는 이를 궁극적으로 원자력발전 1기와 맞먹는 100만㎾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의 도로, 철도 유지·보수 회사를 인수하는 등 현지 투자규모가 이미 75억달러(8조5600억원)에 달한다. 이노우에 료(井上亮) 오릭스 사장은 이를 1~2년 내 100억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 세전이익 4000억엔의 10%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오릭스의 투자가 너무 저금리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추구하는 운용 수익률도 5~10년 새 20%로 사업회사로서는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주도의 제로금리 정책에 변화가 생겨 금리가 오른다면 조달금리도 덩달아 올라 수익성에 빨간불이 생길 수 있다. 이용료를 인상하면 이를 만회할 수 있지만 공항 같은 공공부문 사업은 현실적으로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릭스가 안정성이 낮지만 대규모인 국내 투자와 좀 더 적극적인 해외 소규모 투자를 조합하는 전략을 채택했다”며 “이런 인프라 투자가 양약이 될지 극약이 될지 모르는 가운데 주가는 1월의 고점(1940엔)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