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옛 소련에 속했던 조지아(옛 그루지야) 총선에서 친러시아 성향 집권당이 승리한 것을 두고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 수천명이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 조지아 야당 지지자들이 러시아의 총선 개입 의혹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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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 시민들은 수도 트빌리시 의회 건물 밖에 모여 부정 선거를 규탄했다.
지난 26일 치러진 의회 선거가 부정선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연행되는 사람 없이 시위는 끝났지만 일부 시민은 보안 당국과 소규모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친러시아 성향의 집권당 ‘그루지야의 꿈’이 약 54%를 득표했다고 잠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친 유럽연합(EU) 성향의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국민의 표를 완전히 훔친 것”이라며 “러시아가 조지아에 ‘특별작전’을 실행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동참할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이날 시위에서 “여러분은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다. 여러분의 표와 미래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 감시단이 참여한 선거 재실시도 요구했다.
야당 측은 허위 정보 유포 등을 통해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선거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시위를 촉구한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에 대해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조지아의 4개 야당은 새로 소집되는 의회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 당분간 선거 결과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조지아는 지속해서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남오세티야 지역의 지배권을 잃었다. 이후 조지아의 꿈은 2012년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계속 승리했고 2017년 의원내각제 개헌을 단행해 지금까지 집권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