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인데" 채소·소금·설탕까지 다올라…밥상 물가가 위험하다

폭우에 폭염…채솟값 연일 상승세
배 132%·오이 33%·애호박 31% 껑충
지난달 소금 설탕 가격 5년새 최대
농산물·가공식품 동반 상승 우려 커
  • 등록 2024-08-12 오후 7:39:22

    수정 2024-08-12 오후 10:02:42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장마·폭염으로 과일 채소 가격이 연일 상승세인 데다가 소금과 설탕 가격까지 올라 가공식품 물가도 위협을 받고 있다. 앞으로 농산물과 가공식품이 동반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부는 비축 농산물과 소금을 시장에 풀고 할당관세 제도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배 집었더니 ‘헉’…채소·과일 고온다습 날씨 직격타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배(10개)의 가격은 7만 1679원으로 1년 전(3만921원)보다 2배 이상(132%) 올랐다. 평년 가격(3만 8313원)과 비교해도 87%나 비쌌다. 오이(10개)와 애호박(1개)의 가격도 각각 1만 4242원, 2094원으로 1년전보다 33%, 31%가 올랐다.

다른 채소 가격도 상승세다. 건고추(600g)이 1만 8129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 올랐고 당근(1㎏), 무(1개), 배추(1포기)의 가격도 34%, 6.1%, 5% 올랐다. 요리의 필수 재료인 고춧가루(1㎏)도 3만 5040원을 기록해 전년동기(3만 3737원) 보다 3.9% 비쌌다. 추석 차례상의 필수 재료인 사과(10개) 가격은 1년전보다 7.9% 내렸지만 평년 대비로 보면 5% 비싼 수준이었다.

채소 가격의 상승 배경은 올해 잦은 호우와 폭염 등 기상 악화의 영향이다. 실제로 기상청 기후 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국 강수일수는 18.3일로 평년보다 3.5일이나 많았다. 평균 최고기온도 29.9℃로 평년보다 1℃ 이상 높았다. 병충해에 취약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다. 긴 장마 뒤 폭염이 이어지면 병충해가 확산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애호박, 오이 등의 가격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가오는 추석도 문제다. 명절 수요 증가로 공급 불균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작황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농작물 수급 안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한 상인이 가격표가 붙은 매대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품 필수 재료 ‘소금·설탕’…밥상 물가 ‘잠재적 폭탄’

밥상 물가의 또 다른 위협은 소금과 설탕 가격의 상승세다. 모든 음식의 주 재료인 만큼 앞으로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업체까지 여파를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외식물가 상황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소금과 설탕이 복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소금과 설탕의 물가는 각각 174.73, 144.56으로 최근 5개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동월 대비로는 17.6%, 14.8%씩 올랐고 2020년 대비로는 73.3% 44.6% 치솟았다. 소금과 설탕 물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악화 등으로 매년 수직상승하고 있다.

소금 설탕 가격이 가공식품 인상을 이끄는 현상도 포착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8일부터 버거류 20종의 가격을 2.2%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불고기와 새우버거가 단품 기준 100원, 세트 메뉴는 200원 올랐다. 스타벅스도 지난달 31일부터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473㎖) 사이즈 가격을 300원 올렸다. 이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을 가격 조정 배경으로 꼽았다.

문제는 앞으로 소금 설탕의 가격 역시 쉽사리 내려가지 않으리란 점이다.

연이은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증가에 국내 천일염 등 소금의 생산원가가 크게 올랐다. 특히 올해 여름 기록적인 장마로 염전의 타격도 크다. 설탕도 마찬가지다. 엘리뇨 등 이상기후로 브라질과 인도 등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의 작황이 좋지 않다. 국제 설탕 가격도 유엔(UN) 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 상승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천일염 400t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비축 물량을 풀고 있다. 설탕 등 농산물은 할당 관세 등 제도를 통해 대응 중이다. 할당 관세는 특정 수입 물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제당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도 압박 중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 7월 기업 간 거래(B2B) 설탕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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