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업계가 악성 리뷰를 일시적으로 ‘블라인드’ 처리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리뷰 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리뷰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장점도 있는 만큼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섬세하게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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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손님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악성 후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정의당이 발표한 ‘배달앱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자영업자 63.3%가 별점 테러나 악성 후기를 경험했다. ‘리뷰가 주문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응답 비율도 74.3%였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앱 주문이 늘어난 상황에서 리뷰 내용이나 별점에 따라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하자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리뷰·별점 제도에 불만을 표한다.
서울 서초구에서 10년간 서비스업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지난 11월 한 소비자가 남긴 악성 후기의 여파로 매출이 40%가량 줄었다”며 “지난 1월 명예훼손·업무 방해·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는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폐업을 고민 중이라는 B씨는 “악성 거짓 리뷰 때문에 매장이 존폐 위기”라며 “이번 주에 다시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쿠팡이츠와 네이버 등 일부 플랫폼에서는 다음 달부터 악성 후기 차단 등 개선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10월 1일부터 갑질 이용자 제재 조치를 시행한다”면서 “약관 개정을 통해 리뷰에 욕설·폭언·성희롱 등이 포함된 경우 신속하게 차단 조치할 예정”이라며 밝혔다.
네이버는 현 별점 시스템이 고객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 ‘키워드 리뷰’를 준비 중이다. 일률적인 별점 대신 ‘맛있어요’, ‘청결해요’ 같은 15~20개 키워드 중 최대 5개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7월부터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내달 공개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역 상권은 리뷰의 영향을 많이 받아 별점이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내년 초부터 별점 제도는 폐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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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신림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업주들이 리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리뷰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대안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뷰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는 순기능도 있는 만큼 완전 폐지가 아닌 악성 후기를 상습으로 남기는 이용자만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업주와 고객이 서로 평가하는 ‘상호 평가’ 제도 등을 통해 블랙컨슈머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악성 후기가 나오면 배달앱이 양쪽의 입장을 듣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소비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원하기 때문에 리뷰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습관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이용자에게만 업체가 직접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