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빅스텝의 이유…“고물가에 외환리스크도 고려”
한은은 17일 공식 블로그에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웅 조사국장이 쓴 두 편의 글을 게재했다. 홍경식 국장은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0%로 0.50%포인트 인상한 것은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 증대로 8월(0.25%포인트 인상)에 비해 정책대응을 강화할 수 밖에 없었단 점을 설명했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하방 경직성이 큰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9월 5.6%를 기록, 5%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 역시 수요측 물가압력을 반영하는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도 4%대를 이어갔다. 여기에 더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면서 물가에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 향후 국제에너지가격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다시 높아진 상황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주요국 경기 둔화 우려로 9월말 80달러대까지 하락하였다가, 최근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 등으로 다시 90달러대 초중반으로 올랐다. 이런 영향에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경기둔화에 따른 하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이번 빅스텝 결정에는 외환부문의 리스크까지 고려됐다. 우리나라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수준 등을 직접적으로 타겟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지는 않지만, 환율을 통한 물가 상승압력 증대와 자본유출입 등 외환부문의 리스크 증대에 대해서는 정책결정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홍 국장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 기조 강화에서 유발된 환율 상승 기대가 자본유출 압력을 높이고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유발하는 등 국내외에서 금융불안 요인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다”면서 “통화가치 약세 전망은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거나 만기도래분 재투자를 지연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환율의 급격한 상승이 직간접 경로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의 유동성 사정에 미치는 파급효과에도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한은의 정책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홍 국장은 “그간 블로그를 통해 여러 차례 밝혔지만 지금 정책대응에 실기하여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면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정책대응이 필요하고 그만큼 성장 측면의 손실도 더 커지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조사국 역시 물가뿐 아니라 경기, 대외부문 등 여러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좀 더 커진 것이 사실이나 대외균형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한단 입장이다. 물가와 경기 전망은 대체로 지난 8월 예상치에 부합하지만 경기는 하방 압력, 물가는 상방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연간 물가 전망치는 각각 5.2%, 3.7%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되나 환율과 산유국 감산 등이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연간 성장률 전망은 올해는 8월 전망수준(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2.1%)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웅 조사국장은 최근 경기, 환율, 유가 등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크게 변화함에 따라 향후 물가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글로벌 긴축기조 강화 등으로 향후 국내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가상승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환율의 경우 최근 빠르게 높아지며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하방압력을 대체로 상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물가 상승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 유럽, 중국의 경기가 동반 위축됨에 따라 글로벌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커진데다가 금리상승이 내수둔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고 봤다. 금리상승은 주로 부동산가격 하락과 이자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민간소비의 회복세를 둔화시킬 것으로 보이고,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설비 및 건설 투자도 지연되거나 제약될 수 있다.
김 국장은 “금리상승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저소득·한계·과다차입 가계 및 기업 등 취약부문에서 그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