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맛보기] 단일화의 한계와 역설…“왜 모두 실패로 끝날까”

5.9 장미대선 앞두고 보수단일 및 비문 단일후보 논의 활발
DJP연대 및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본질은 실패작
2012년 4월 총선·12월 대선, 단일화 만능주의에 경종
보수후보 단일화 불투명…비문 단일화 역풍 예측불허
  • 등록 2017-04-03 오전 11:50:54

    수정 2017-04-03 오전 11:50:54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대선판에서 늘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게 바로 ‘단일화’입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팩트체크를 해보면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는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표면적으로 볼 때만 그렇습니다. 본질적으로 보면 단일화는 늘 실패합니다. 후보단일화 논의가 갖는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1+1은 2 이상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은 사실상 억지에 가깝습니다. ‘1+1은 이유야 어찌됐든 2 미만’이 정답입니다.

5.9 장미대선 역시 단일화 논의가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중심축은 두 가지입니다. 홍준표 vs 유승민의 범보수 단일화와 안철수·홍준표·유승민을 잇는 반(反)문재인 3각 단일화입니다. 단일화 여부에 따라 차기 대선은 심상정을 제외한다면 문재인 vs 안철수 vs 보수후보의 3자구도 또는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구도가 될 수 있습니다.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후보등록일(4월 15·16일) 이전에 논의가 마무리돼야 합니다. 4월 3일 기준으로 대선 D-36일입니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은 4월 17일부터 5월 8일까지 22일간입니다. 각 후보간 차이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그리고 시간도 없습니다. 단일화는 과연 가능할까요? 효과는 위력적일까요?

◇단일화는 늘 야권의 프레임…DJP연대와 盧·鄭단일화 과연 성공이었나?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는 늘 야권의 프레임이었습니다. 약했기 때문에 힘을 합치지 않으면 도저히 승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DJP연대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92년 대선 이전에는 달랐습니다. 진보가 보수보다 더 강력했습니다. 당장 87년 대선 결과만 살펴봐도 분명합니다. 진보(김영삼·김대중)의 득표율 합계는 55% 정도로 보수(노태우·김종필)의 45%보다 무려 10%포인트가 많습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것은 90년 3당 때문입니다. 87년 대선 당시 이른바 1노3김의 정치지형은 반(反)김대중, 이른바 호남포위 구도를 만들어냅니다. TK(노태우), PK(김영삼), 충청(김종필)라는 지역이 보수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거대한 정치세력을 형성합니다. 이후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부분적으로 야권이 승리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대선은 늘 ‘기울어진 운동장’ 이론이 예외없이 적용됐습니다. 야권은 언제나 진보정당까지 포함한 연대를 이뤄야만 대선승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시달렸습니다.

흔히 성공사례로 거론되는 DJP연대와 노정 단일화가 과연 성공적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대선결과로만 본다면 맞습니다. 그러나 DJP연대는 국민의정부 후반 붕괴됐고 노정 단일화 역시 대선 전날밤 파기됐습니다. 사실 ‘대선후보 김대중·총리 김종필’을 내세운 DJP연대는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모범적인 단일화였습니다. 장기간의 협상을 통해 50대 50 지분의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하고 내각제 개헌도 합의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DJP연대가 97년 대선승리를 가져왔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입니다. 외환위기 사태라는 여권발 악재에도 신승을 거둔 것은 이인제의 독자출마가 가져온 어부지리였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포장마차에서 소주잔 러브샷을 하면서 이뤄낸 성과였습니다. 노무현의 기적적인 대선승리에는 정몽준과의 단일화가 큰 힘이 됐습니다. 그러나 대선 전날 정몽준의 지지 철회와 문전박대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낀 지지층의 막판 대결집이 이뤄낸 성과로 보는 게 더 타당합니다.

◇2012년 대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도 왜 박근혜가 승리했나

단일화 없이 대선에 나선 야권은 대참패를 경험했습니다. 2007년 정동영의 패배가 대표적입니다. 문국현과의 단일화는 물론 구민주당 이인제와의 단일화에도 실패했습니다. 진보진영의 권영길과의 단일화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531만표의 대참패였습니다. 2012년 대선은 정반대의 구도였습니다.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성공했습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진보정의당 심상정마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대선출마를 포기합니다. 박근혜 vs 문재인의 완벽한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박근혜가 아무리 이명박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MB정부의 레임덕 분위기와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재인의 대선승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이른바 ‘단일화 만능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립니다.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야권은 역대 어떤 선거보다 강력한 단일대오를 형성합니다. 그러나 총선 과반은 박근혜가 이끌었던 새누리당의 몫이었습니다. 대선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표면적으로는 성사됐습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아름답지 못한 불완전한 단일화였습니다.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보다는 마이너스 효과가 더 많았습니다. 우선 단일화 논의에서 후보를 양보한 쪽의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단일후보와 경쟁하는 후보의 지지층이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보다 더 강력하게 결집할 수 있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를 지지했던 50대의 기록적인 투표율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전체 투표율은 75.8%였지만 50대 투표율은 82.0%에 달했습니다. 여하튼 4년여가 흘렀지만 한쪽은 다른 한 쪽이 적극적으로 돕지 않아서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그렇게 말하면 짐승만도 못하다는 거친 반박도 있습니다. 단일화 논의를 둘러싼 당시의 힘겨루기와 감정의 앙금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단일화는 식상한 프레임입니다.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폐기돼야 할 선거전략입니다. 20대 총선에서 야권분열에도 불구하고 여소야대가 만들어진 것은 매우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이후…문재인은 왜 지지율 50%를 넘지 못할까

단일화가 왜 기대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지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보면 잘 드러납니다. 민주당 소속 빅3 주자인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의 지지율 합계는 차기 대선 다자구도 지지도에서 평균적으로 보통 55% 이상 또는 60%선에 육박합니다. 최근 안철수의 상승세와 안희정의 하락세로 민주당 빅3 주자의 지지율 합계가 다소 하락했지만 어떤 조사든 50% 이상은 넘깁니다. 4월 3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문재인 선출이 거의 확정적입니다. 만일 문재인이 안희정과 이재명의 지지표를 모두 흡수할 수 있다면 대선 본선은 해보나 마나입니다. 다시 말해서 문재인이 50% 이상이기 때문에 어떤 후보가 나서도 49.99% 미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문재인으로 가정한 정당별 5자 가상대결에서 문재인의 지지율은 40%대 초반 수준에 그칩니다. 그렇다면 최소 10%에서 최대 15% 가량의 지지율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는 민주당 대선경선 과정을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빅3의 후보 단일화 과정으로 이해하면 쉽게 풀립니다. 사실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은 정당 내부의 자체적인 단일화나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해 문재인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안희정, 이재명 지지표 100%가 문재인에게 가지 않습니다. 3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3월 5주차 주간집계(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서 민주당 빅3 주자의 지지율은 문재인 34.9%, 안희정 12.1%, 이재명 10.0%입니다. 합계는 57.0%입니다. 그러나 문재인을 민주당 대선후보로 가정한 정당후보별 5자 가상대결은 문재인 43.0%, 안철수 22.7%, 홍준표 10.2%, 유승민 3.9%, 심상정 3.9%로 나타납니다. 단순비교만 해도 14.0%가 사라졌습니다. 리얼미터 분석에 따르면, 다자구도에서 안희정 지지층(안철수 23.0%, 문재인 21.9%, 유보층 37.7%) 10명 중 2명 정도만이 문재인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재명 지지층(문 42.7%, 안 11.6%, 유보층 33.5%)은 10명 중 4명 정도가 이동했습니다. 단일화라는 게 성사되면 결국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는 것보다는 반드시 빠지게 돼있습니다. 단일화의 역설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단일화 성사 불투명·효과 불분명…여론조사 단일화는 코미디정치 완결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홍준표·유승민의 범보수 단일화는 가능할까요. 그리고 안철수·홍준표·유승민을 묶는 비문연대 차원의 3각 단일화가 가능할까요? 매우 어렵습니다. 우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박근혜 탄핵을 놓고 지난 12월말 분당했습니다. 불과 3개월여만에 또다시 연대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바른정당은 홍준표의 후보자격이 없다, 한국당은 유승민은 배신자라고 융단폭격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단일화 주도권 잡기라기보다는 단일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홍준표·유승민 단일화 논쟁의 본질은 대선패배 이후 보수의 주도권 쟁탈전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합니다.

아울러 안철수·홍준표·유승민의 3각 단일화는 더 어렵습니다. 앞서 리얼미터 조사에서 5자 가상대결은 문재인 43.0%, 안철수 22.7%, 홍준표 10.2%, 유승민 3.9%, 심상정 3.9%입니다. 심상정이 완주한다고 가정할 때 문재인(43.0%)의 지지율은 안철수 22.7%, 홍준표 10.2%, 유승민 3.9%의 지지율 합계 36.8%보다 더 높습니다. 단순합산해도 비문 단일후보의 지지율은 문재인에 미치지 못합니다. 더 큰 문제는 비문단일후보의 성사 가능성입니다. 홍준표·유승민 보수후보단일화도 어려운데 안철수까지 포함할 경우 성사는 99.99% 불가능합니다. 역대 대선에서 특정후보에 반대하기 위한 3각 단일화 논의는 시도된 적도 없고 성사된 적도 없습니다. 영호남 연합정권이라는 한국정치의 금자탑과 같은 명분에도 속사정은 문재인 정말 싫다 한마디로 요약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풍도 예측불허입니다. 만일 안철수가 비문 단일화 논의에 뛰어들 경우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이 어느 정도 불가피합니다. 아울러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국민의당과 사드포대의 추가배치 등 대북강경책을 고집하는 한국당 및 바른정당과의 결합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 모든 한계를 뛰어넘어 비문 단일후보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단일화의 시너지효과보다는 이탈표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단일화 방식의 적절성입니다. 한국적 현실에서 단일화 방식은 오로지 ‘여론조사’밖에 없습니다. 김대중과 김종필의 DJP연대와 같은 방식의 후보 단일화는 불가능합니다. 강력한 지역기반과 정치적 카리스마를 갖춰도 쉽지 않은 일인데 현 구조에서 DJ와 JP만큼 막강 파워를 갖춘 정치인은 아예 없습니다. 아울러 여론조사방식의 단일화가 갖는 한계도 살펴봐야 합니다. 여론조사에는 오차범위라는 게 있습니다. A후보와 B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A후보는 45.5%, B후보는 41.5%가 나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모름 3%). A,B 후보의 격차는 4.0% 포인트입니다. 만일 표본오차가 ±2.5%p(95% 신뢰도)라면 오차범위 이내의 격차이기 때문에 통계학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만일 오차범위 이내의 격차도 사전에 우열을 인정하고 후보를 선정하면 정치는 완전히 코미디가 됩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를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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