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가요 '반갑습니다' 선율에 하염없이 기쁨의 눈물만…

63년 만에 만난 오빠에게 "죽은 줄 알았어" 첫마디
가족 아닌 것으로 밝혀져 '망연자실'한 실향민도
  • 등록 2014-02-20 오후 6:39:01

    수정 2014-02-20 오후 7:08:38

▲ 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이산가족 상봉 최고령 김성윤(96)할머니가 동생 김석려(80), 사촌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금강산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죽은 줄 알았어.”

북에 사는 여동생 김봉옥 할머니가 굳게 다물었던 입을 먼저 열었다. 김봉학(91)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며 주체할 수 없는 몸을 여동생에게 기대었다. 두 사람은 맞잡은 손을 꼭 잡으며, 두 눈은 서로를 응시했다. 평북 출신인 김 할아버지는 1951년 1·4후퇴 때 먼저 남으로 피난를 떠난 후 가족과 헤어졌다고 한다. 63년 만에 북에 있는 여동생을 만났지만 기억은 또렷했다. 지금껏 고이 간직해왔던 빛바랜 사진 몇 장을 꺼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서로를 확인했다.

“형님, 살아계셨네요.”

1972년 서해상에서 홍어잡이를 하다 납북된 ‘오대양호’ 선원 박양수(58)씨와 최영철(61)씨가 동생 박양곤(52)씨와 형 최선득(71)씨를 만나 42년 만에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양곤씨는 형을 만나자마자 한동안 흐느끼며 서로 뺨을 어루만지다가 “형님이 건강하시니까 감사합니다”라며 격해진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양곤씨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큰형의 묘소 사진, 가족사진, 고향마을 풍경 사진을 챙겨와 가족 소식을 전했다. 형에게 줄 내복 등 의류와 생활필수품을 선물로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측 상봉단 최고령자인 김성윤(96) 할머니는 북에 살고 있는 동생 김석려(80) 할머니, 사촌 김학자(70) 할머니와 재회했다. 김 할머니 자매는 가지런히 손을 포개고 앉아 서로 나이가 몇인지, 자식들은 몇 남매인지, 몸은 건강한지 안부를 물으며 핏줄의 아련함을 몸으로 느꼈다. 김성윤 할머니는 1945년 신의주에 거주했는데 광복 후에 북한 정권이 들어서자 당시 6남매 중 김 할머니와 할머니의 사위 남동생 2명만 남쪽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동생 김석려 할머니는 언니에게 “살아있어줘 고마워”라며 서로 부둥켜 안았다.

3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19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에는 300여 이산가족들의 눈물과 기쁨이 넘쳐 흘렀다. 행사장에는 남한에도 잘 알려진 북한가요 ‘반갑습니다’가 연신 흘러나왔다. ‘전쟁통’에 헤어진 부모자식, 형제자매의 얼굴을 보자마자 오열하며 흐느끼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으며, 가족관계와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이 오래전 빛바랜 사진을 들고 나와 서로를 확인하는 모습이 많았다.

반면 이산가족 가운데서는 상봉장에 나타난 이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밝혀져 망연자실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남측 이산가족 최남순(64)씨는 북에서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복동생들을 찾아나섰지만 상봉장에는 형제가 아닌 다른 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북에서 온 최덕순씨 등이 자신들의 아버지라며 건넨 사진을 받아든 최남순씨는 “아무리 봐도 내 아버지가 아니다”라며 허탈해했다.

감기 증세로 거동이 불편한 김섬경(91) 할아버지와 홍신자(83) 할머니는 구급차를 타고 금강산으로 이동해 딸 춘순(68)씨, 아들 진천(65)씨와 혈육의 정을 나눴다. 북측은 이산가족의 구급차 이동에 대한 남북 간 사전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상봉의 비공개를 요구해 남측이 이를 수용했다.

이날 상봉에서는 남측 이산가족 12명이 부부·자식, 47명이 형제·자매, 23명이 3촌 이상 친지를 각각 만났다. 남측 상봉단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에 걸친 ‘단체상봉’에 이어 오후 7시부터는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해 만남의 기쁨을 나누고 첫날 행사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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