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경계영 기자] 총선이 불과 8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남자’로 불리며 화려하게 정치권에 데뷔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불과 한 달 여 만에 사퇴 압박설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예정됐던 5번째 민생토론회에 돌연 불참을 결정하고, 한 위원장은 오후 일정을 모두 비공개로 수행하며 잠행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는 한 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했다는 사천(私薦) 논란,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둘러싼 엇갈린 입장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한 위원장이 국민적 우려의 뜻을 표한 직후 대통령실과 친윤 의원을 중심으로 사퇴론에 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무개입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대통령실이 관여할 일이 아니고 엄연히 당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도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로 비대위원장을 받아들인 만큼 선민후사(先民後私)하겠다”고 강조하며 조기 사퇴론을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내 신구 권력이 맞붙으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평가한다. 만약 한 위원장이 사퇴를 할 경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받는 당정관계가 재차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또 중도층 이탈로 여당이 자칫 총선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한 위원장이 버틸 경우 당을 이끌어 갈 수 있지만 앞으로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질 수 있고, 정부와의 소통이 불가한 식물 비대위원장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여권 내 한 중진 의원은 “선거 전략상 인재를 전략공천하는 과정에서 서툰 부분이 있었고, 김건희 여사를 두고 과도한 의사표현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원칙적으로 당에서 결정할 문제이지 대통령실에서 관여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실과 당이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해 합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안경을 만지고 있다.(사진=노진환 이데일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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