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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2008년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온다.”
장하준(51)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글로벌경제의 금융위기 재발 징후로 ‘미국의 주식시장 거품’과 ‘중국의 금융기관 부실’을 꼽았다. 더불어 지난 1년 사이 런던 집값이 20%나 오른 ‘영국의 부동산 거품’과 우크라이나 문제로 촉발된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으로 인한 자원공급 불안’도 금융위기의 뇌관 중 하나로 봤다.
결국 세월호 참사도 “안전규제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판단한 장 교수는 “금융위기로 실업자가 생기고 자살자가 나오는 것도 정부가 규제완화를 잘못해서다”라며 “비행기가 떨어지고 배가 가라앉는 걸 막는 물리적 안전도 중요하지만 금융안전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 “김영상 정부 때부터 무조건 규제는 풀면 좋은 걸로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규제를 너무 풀어 문제가 생긴 곳이 없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도 말했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출범과 관련해 장 교수는 “단기적인 경기부양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산업육성 등 장기적으로 경제도약의 길을 어떻게 뚫어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정부가 기업의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고자 최근 내놓은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서는 “돈을 돌게 하려는 정책 취지와 어긋난 것 같다”며 부정적으로 봤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금을 높인다고 해도 그 돈은 외국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고, 개인보다는 기관투자자에 돈이 흘러갈 텐데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에서 신자유주의의 토대가 된 주류경제학을 비판해왔다. 한국인 최초로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상(2003)과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상(2005)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