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LG화학을 시작으로 다음 달 5일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이 각각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만 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석유화학사들의 설비 증설로 전반적인 석유화학제품 공급은 늘었지만 수요는 둔화세를 보이면서 1분기부터 실적에 ‘빨간불’이 켜져서다.
특히 2분기는 1분기보다 대외 환경이 더 악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까지 이어지면서 수요 둔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특히 유가 상승으로 산업의 주요 원료인 납사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수요 위축을 우려해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LG화학의 올해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9140억원이다. 전년 동기(2조1398억원)와 비교하면 1조원 넘게 줄며 반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같은 기간 매출 전망치는 12조727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 늘지만 영업이익은 줄면서 ‘수익성 악화’가 극명히 드러났다. 이 실적에는 수익성이 양호한 배터리 양극재 등 첨단소재 부문도 반영된 것으로 순수 석유화학부문만 떼고 보면 실적은 더 암담하다.
석유화학사들의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에는 산업의 출발선인 ‘나프타’ 가격 급등이 자리한다. 석유화학사들은 나프타를 해외에서 수입해와 이를 열분해(NCC)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 등의 기초 유분을 생산·판매한다. 또 이를 이용해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합성섬유 등의 제품도 제조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 제조 원가의 약 70%를 차지할 만큼 업계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선이다.
|
업계에서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과 나프타의 가격 차이) 손익분기점(BEP)을 톤(t)당 300달러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275.54달러를 유지했지만 2분기 들어 갈수록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94.5달러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달러마저 무너진 상태다.
문제는 하반기 갈수록 실적 불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발 증설 물량 확대로 인한 범용성 석유화학 제품 공급과잉 심화하지만, 수요 부진은 지속돼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석유화학사들은 납사를 대체할 연료로 액화석유가스(LPG) 사사용 비중을 늘리고 수소·배터리 소재와 같은 신성장 산업 육성과 NB라텍스 등의 스페셜티군 확장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경쟁사 공급증가와 고유가 코스트(비용)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수익성 방어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