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망 LTE 돈만 더 드나…통신·방송계 서로 다른 해석

재난망, 일단 스마트폰 무전(IP-PTT)으로 VS 생소한 기술
전문가들도 논란..기술방식 재검토 vs 자가망 LTE가 최선
통신3사와 지상파 방송들도 입장 차..700MHz 주파수 전쟁 영향
  • 등록 2014-09-17 오후 6:38:06

    수정 2014-09-18 오전 7:46:1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공공안전 LTE(PS-LTE, 이하 재난망 LTE)로 주파수를 할당해 2017년까지 새롭게 망을 구축하기로 한 가운데, 국회 토론회에서 단기적으로는 PS-LTE 방식보다는 상용망을 이용한 ‘스마트폰 무전기(IP-PTT)’를 쓰는 게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에서도 PS-LTE 방식을 쓰는 재난망 구축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국민 혈세인 예산을 적게 쓰려면 위성이나 DMB 같은 기존 통신망(상용망)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부는 △최근 국제표준화단체(3GPP)에서 PS-LTE 표준화 그룹이 만들어지는 등 표준화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과 △국무회의에서 LTE 재난망이 구축되기 전에 기존재난망(테트라)을 보완하기로 한 점 등을 들어 정책을 변경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통신3사 역시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KT파워텔이라는 IP-PTT 서비스 기업을 가진 KT는 재난망 LTE 중간 단계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데 관심이나, 나머지 회사들은 재난망 LTE 단말기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또한 재난망 주파수의 700MHz 활용이 초고화질(UHD)방송용 주파수 수요를 줄일까 염려하는 지상파방송사들은 (새 주파수가 필요한) 재난망 LTE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안행부 주도로 만들어지는 재난망 정보화전략계획(ISP)과 내년 강원도 시범사업 때까지 상당시간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을동 의원과 조해진 의원, 국회 입법조사처가 공동주최한 ‘한국형 재난안전통신망 추진을 위한 정책방향 공청회’에서는 진영 의원, 최민희 의원 등 국회 의원 상당수와 윤종록 미래부 차관 등이 참석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재난망, 일단 스마트폰 무전으로 vs 생소한 기술

배성훈 KISTI 정보분석실장(박사)는 “장기적으로는 LTE(PS-LTE)로 하는 게 맞지만 당장은 스마트폰 무전서비스(IP-PTT)로 하는 게 맞다”면서 “LTE를 중심으로 하고, 위성이나 DMB 등이 융합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그는 “PS-LTE는 미국도 지연되는 상황”이라면서 “올해 세수가 7조 정도 구멍 난 상황에서 자가망에 치중하기보다는 상용망을 적극 활용하면서 구축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성주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은 “단기적으로 IP-PTT를 쓰자고 했는데 생소한 방법”이라면서 “재난망 LTE 구축 전까지 기존 재난망(테트라)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단말기 교체나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또 “경제성 부분도 상용망을 얼마나 쓸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지난번 RFI때 기업들에 물으니 LG유플은 1조 2000억원을 썼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도 논란…기술방식 재검토 VS 자가망 LTE가 최선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재난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인식 속에서 기술방식이 나오면서 기술의 역동적 진화를 고려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며 “(재난망을 새롭게 만들 경우) 기존에 통신사망과 지자체망 등의 중복투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도 통합망 관점에서 이야기해야한다”고 말했다.

대전에 위치한 위월드(주) 박찬구 대표는 “카트리나 태풍때 위성 말고는 모두 죽었다”면서 “LTE로 하면 왜 돈이 많이 드는 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위성은 백본일 수 있지만 활용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남 충북대 교수는 “전파가 갔다 오는데 몇 초 걸리는 위성으로 재난 메인망을 쓰는 나라는 없다”면서 “재난망은 지휘통신망인 만큼 (즉시 응대가 가능한) 재난망 LTE로 가면되고 돈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망을 잘 까느냐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김사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배성훈 박사가) IP-PTT를 제안해 놀랐다”면서 “KT파워텔이 하고 있지만 이는 서비스품질보장(QoS)이 안 돼 콜셋업에 시간이 걸려 분초를 다투는 재난망에 쓰기 어렵다. PS-LTE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통신3사와 지상파 방송사도 입장 차

KT(030200)는 재난망 구축 시 기존 인프라 활용을 강조했고, SK텔레콤(017670)은 재난망 LTE 단말기에 대한 걱정을, LG유플러스(032640)는 재난망 LTE에 기대를 걸면서도 컨트롤 타워를 걱정했다.

박상훈 KT 상무(주파수 담당)는 “재난망LTE 구축 전에 중간 단계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TRS는 영상이 어려운데 (IP-PTT 등을 쓰면) IP-CCTV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비상사태를 고려했을 때 자가망 필요성이 크지 않나”라면서도 “테트라망을 계속 보조망으로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버틀렉은 재난안전 단말기인 만큼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기무 LG유플러스 상무(솔루션담당)은 “재난망LTE의 표준화가 지연되는 것은 아마 극소수이고, 나머지는 되고 있다”면서도 “실제 지휘체계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돌아가서 같이 활용할 까와 관련해서 컨트롤타워 조정 문제는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송사들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주파수가 필요한 재난망LTE 기술기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KBS 관계자는 “PS-LTE가 2017년까지 계속 변하는 만큼 세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면서 “재난망에 700MHz에서 20MHz폭을 쓰는데 대해 어느정도인정하지만, 비어 있는 VHF5 대역도 괜찮으니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SBS(034120) 관계자는 “재난망은 국민 안전이 최우선인데 표준화도 안 됐고, 상용망 검증도 없고, 단말도 없는데 그냥 PS-LTE로 2017년까지 전국망을 하겠다는 게 과연 국민 안전을 위한 방식인가”라고 비판했다.

국회 재난망 토론회에서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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