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개 대신 '염소고기'…복날, 텅 빈 보신탕집

초복 특수 못 누리는 보신탕 가게들
손님들도 따가운 시선 속에 눈칫밥
개 대신 흑염소 뜬다…가격 인상행렬
동물단체 "복날 문화 개선해야" 규탄
  • 등록 2024-07-15 오후 4:30:46

    수정 2024-07-15 오후 7:27:39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박동현 수습기자] “장사가 하도 안되니까, 원래 네다섯 명이던 직원을 줄여서 지금은 둘이 운영하고 있어요.”

초복인 15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보신탕 골목(사진=박동현 수습기자)
15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보신탕 골목. 일 년 중 최대 성수기인 초복임에도 불구하고 거리 일대는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했다. 상인들은 내달 7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 종식법) 시행을 앞두고 그나마 존재하던 보신탕 수요가 완전히 끊겨 고사 직전에 놓였다고 입을 모았다. 개고기의 빈자리를 염소 고기가 채우는 변화도 감지됐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보신탕 가게를 운영해 온 60대 이모 씨는 “말도 마시라. 간판도 못 내놓겠다”며 “마치 범죄자가 된 기분”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그의 가게에서 식사하는 손님은 한두 테이블에 불과했고, 식당 한쪽에는 미처 팔지 못한 삶은 개고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인근에서 또 다른 보신탕 가게를 운영하는 80대 김모씨는 “복날이라고 바쁜 것도 없다. 장사는 갈수록 안 된다”며 “(개고기 종식법을) 바꿀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걸겠지만 이미 다 끝났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심정”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보신탕에서 식사하는 손님들 역시 눈칫밥을 먹고 있었다. 매년 복날이면 보신탕으로 체력을 보충해 왔다는 최모 씨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불편해서 주로 이층집으로만 골라 간다”며 “개고기를 먹는다며 욕하는 사람도 있었고 유튜브를 찍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가게 밖 행인들은 특유의 개고기 냄새에 코를 막았고 몇몇 외국인들은 진열된 개고기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개식용 종식법은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유통·판매 행위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개를 식용 목적으로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다만 위반 시 처벌되는 건 유예기간 3년을 거쳐 2027년부터다.

초복인 15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보신탕 가게 내부가 한적하다. (사진=박동현 수습기자)
최근에는 개 식용 문화가 사라지고 염소 고기가 대체재로 부상하고 있다. 신진시장에서 생선구이를 파는 유모 씨는 “과거에는 개고기를 하루에 5~6마리 잡았는데 지금은 1~2마리 잡는 것으로 안다”며 “사람들도 주변 삼계탕이나 흑염소 식당으로 많이 가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보신탕 가게들도 흑염소 고기를 이용한 일명 ‘양탕’으로 메뉴를 변경하는 추세다.

흑염소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흑염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17일 기준 전국 산지 흑염소 시세는 1㎏에 거세 염소 2만 500원, 비거세 염소 1만 8500원, 암염소 2만원이다. 2년 전에 비해 약 13~25% 올랐다. 대표적 초복 음식인 삼계탕 식당들도 인산인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계탕에 쓰이는 ‘삼계’의 월평균 도축량은 약 1483만 마리이지만 복날이 있는 7월에는 그 2배에 달하는 약 2922만 마리가 도축됐다.

동물단체는 전반적인 복날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물해방물결 등 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보신탕을 대신해 삼계탕 소비가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닭을 대상으로 한 착취와 실상이 자행되고 있다”며 “동물을 먹어야 인간의 몸이 건강해진다는 믿음은 구시대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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