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 달도 안됐는데”…‘구지은 지우기’ 나선 아워홈

구지은 전 부회장 담당 신사업 프로젝트 잇단 제동
AI스타트업 투자 무산·브랜드 체험관도 백지화
HR본부장 직책해임·급식사업부장 강등 등 칼바람
‘아워홈맨’ 중용할 듯, 기업가치 올릴 신사업 지원해야
  • 등록 2024-07-11 오후 3:25:32

    수정 2024-07-11 오후 7:10:12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남매간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른 아워홈이 구지은 전 부회장 지우기에 나섰다. 구미현 회장 체제로 전환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가운데 구 전 부회장이 추진했던 신사업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렸다. 인공지능(AI) 적용 확대를 위한 투자도 백지화됐을 뿐만 아니라 구 전 부회장이 중용했던 인사들에 대한 인사조치가 연이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성장에 시급한 신사업 추진이 잇따라 중단된 상황이어서 사내 우려감도 확산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AI 스타트업에 기술투자 백지화, 신사업 제동 우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최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A사와의 약 40억원 규모 기술 투자를 전면 백지화했다. 양사의 투자는 AI 메뉴 개발을 위한 AI엔진을 제작하기 위한 협력이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계약 해지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계약 해지에 대한 위약금 등의 문제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계약은 구 전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건이다.

또 아워홈은 서울 역삼동 빌딩을 리뉴얼해 회사 브랜드 체험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선정했던 설계사와의 계약도 취소했다. 이 계약도 구 전 부회장 시절 추진했던 사안이다. 이처럼 최근 아워홈에서는 구 전 부회장이 떠나기 전 막판에 결정한 사안들을 하나둘 취소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본격화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워홈은 지난달 이른 바 ‘남매의 난’을 거쳐 막내인 구 전 부회장을 제치고 장녀인 구미현 씨가 회장으로 올라서며 큰 변곡점을 맞은 상황이다.

경영 경험이 전무한 구 회장은 과거 아워홈에서 구자학 선대 회장 비서실장과 경영지원본부장(CFO)를 역임한 이영표 씨를 경영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구미현·이영표 체제’가 된 아워홈은 이달 들어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구지은 지우기가 본격화하면서 내부에선 이전부터 추진해 왔던 신사업들이 하나 둘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아워홈의 한 직원은 “구 회장 체제 전환 이후 오래전부터 근무해왔던 이른바 ‘아워홈맨’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 같다”며 “구 전 부회장 시절 야심차게 추진했던 푸드테크 등 신사업들도 사실상 멈춘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했다.
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이 지난 5월 아워홈 서울 마곡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가족 초청 행사에서 임직원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아워홈)
‘구지은 사람들’ 칼바람, 공채 출신 재편?

인사에서도 칼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본부별로 경영진 보고를 진행 중인데 잇따라 임원들의 직책 해임과 강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아워홈은 이달 초 진원재 인적자원(HR)본부장을 직책 해임했다. 진 본부장도 구 전 부회장 시절 영입한 인물이다.

급식사업부에선 임원급인 사업부장 3명이 모두 수석 또는 담당급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더불어 CJ제일제당(097950)에서 ‘비비고 김치’를 개발하고 2021년께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으로 영입한 오지영 연구소장도 한때 강등 조치됐다가 최근 회사 내부의 반발이 커지자 원상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헬스케어사업부장도 강등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이영표 경영총괄사장은 취임 인사말을 통해 “회사 안정과 경영진 신뢰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임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경영진 교체 때마다 시행했던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시행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없었지만 영입된 임원들 대상으로 일부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 공채 출신 인력들 사이에선 이 같은 변화에 만족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구 회장 체제가 된 아워홈은 최근 영입된 인재보다 오랫동안 회사에 헌신한 인력들을 중시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이 같은 아워홈의 변화를 우려의 시각으로 보는 분위기가 더 많아 보인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아워홈의 매각 또는 기업공개(IPO)를 천명한 상황에서 궁극적으론 회사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의 모습은 과거로의 회귀나 다름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 전 부회장의 흔적 지우기는 차치하더라도 기업가치를 키우는 신사업, 인재 대우 등은 별개로 보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워홈 관계자는 “사업과 관련해 사업성 및 효율을 우선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인사조치는 한시적인 대기발령 사례 및 조직체계를 우선한 일부 조정사례”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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