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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서 아베파 물갈이…관방장관에 기시다파 2인자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아베파 소속 각료 4명 모두를 경질했다. 내각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을 비롯해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이 교체됐다.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 간사장, 하기우다 고이치 정조회장 등 아베파 핵심 당직자도 예산안이 편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경질될 예정이다.
위세 자랑하던 아베파, 파벌 와해 위기
기시다 총리가 내각에서 아베파를 ‘일소’한 건 집권 자유민주당을 덮친 비자금 스캔들 때문이다. 일본 도쿄지검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모은 돈 일부를 보고서에서 누락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쌓은 혐의로 자민당 의원들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 5년간 총 5억엔(약 46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년 간 총리를 4명 배출하는 위세를 자랑했던 아베파는 수장이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에 이어 비자금 스캔들로 파벌이 와해될 위기에 몰렸다. 아베파가 기시다 내각에 집단 반기를 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사후 아베파를 이끌어 온 마쓰노 전 장관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국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총리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 개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지난 8~11일 지지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17.1%를 기록했다. 내각 지지율이 10%를 기록한 건 2012년 자민당 재집권 이후 처음이다. 비자금 수사가 기시다파까지 확대되면서 아베파에만 책임을 떠넘기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기시다파 역시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모은 2000만엔(약 1억 8000만원)가량을 보고서에서 누락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예산안 처리 이후 기시다 총리가 퇴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의원이나 노다 세이코 의원 등은 벌써 ‘포스트 기시다’를 염두에 두고 몸을 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내각 총사퇴 가능성에 대해 “앞날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