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스캔들' 위기의 기시다…내각서 아베파 물갈이(종합)

관방장관에 '기시다파' 하야시 前 외무상 기용
기시다내각 지지율 10년만의 최저…조기퇴진설도
비자금 스캔들 수사, 기시다파로도 확대
  • 등록 2023-12-14 오후 5:59:55

    수정 2023-12-14 오후 7:26:00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아베파 각료를 전원 경질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인적 쇄신으로 비자금 스캔들을 극복한다는 포석이지만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진 미지수다.

하야시 요시마사 신임 일본 관방장관. (사진=AFP)


내각서 아베파 물갈이…관방장관에 기시다파 2인자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아베파 소속 각료 4명 모두를 경질했다. 내각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을 비롯해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이 교체됐다.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 간사장, 하기우다 고이치 정조회장 등 아베파 핵심 당직자도 예산안이 편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경질될 예정이다.

내각의 얼굴을 맡을 후임 관방장관으론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무상이 임명됐다. 하야시 장관은 기시다파의 2인자로 차기 총리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애초 기시다 총리는 무파벌인 하마다 야스카즈 전 방위상을 관방장관으로 기용하려 했으나 하마다 전 방위상이 고사하면서 무산됐다. 이를 두고 위기에 처한 내각에 합류하고 싶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산업상엔 사이토 겐 전 법무상(무파벌), 총무상과 농림수산상엔 각각 마쓰모토 다케아키(아소파) 전 총무상, 사카모토 데쓰시(모리야마파) 전 지방창생담당상이 기용됐다. 이 가운데 사이토 전 법무상은 조선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의 외고손자다.

위세 자랑하던 아베파, 파벌 와해 위기

기시다 총리가 내각에서 아베파를 ‘일소’한 건 집권 자유민주당을 덮친 비자금 스캔들 때문이다. 일본 도쿄지검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모은 돈 일부를 보고서에서 누락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쌓은 혐의로 자민당 의원들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 5년간 총 5억엔(약 46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년 간 총리를 4명 배출하는 위세를 자랑했던 아베파는 수장이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에 이어 비자금 스캔들로 파벌이 와해될 위기에 몰렸다. 아베파가 기시다 내각에 집단 반기를 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사후 아베파를 이끌어 온 마쓰노 전 장관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국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총리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10%대 지지율’ 기시다, 조기 퇴진설도

기시다 총리가 이번 개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지난 8~11일 지지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17.1%를 기록했다. 내각 지지율이 10%를 기록한 건 2012년 자민당 재집권 이후 처음이다. 비자금 수사가 기시다파까지 확대되면서 아베파에만 책임을 떠넘기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기시다파 역시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모은 2000만엔(약 1억 8000만원)가량을 보고서에서 누락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예산안 처리 이후 기시다 총리가 퇴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의원이나 노다 세이코 의원 등은 벌써 ‘포스트 기시다’를 염두에 두고 몸을 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내각 총사퇴 가능성에 대해 “앞날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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