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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법률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이유형 부장판사) 심리로 첫 재판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이 당시 자신의 조카를 변호하며 그 참혹한 살인마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감경을 요청했다”며 “이는 변호사법 및 변호사 윤리장전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당시 이 의원이 자신의 조카가 온전한 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고 했다”며 “하지만 조카가 과거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도 전혀 없었고, 정신감정 결과에서도 온전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지적했다.
“일가족 연쇄 살인사건을 누가 데이트폭력이라 표현하나”
그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이 의원이 조카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지칭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변호사는 “일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조카 살인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하며 이를 사전에 물타기 위한 목적으로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고 사실을 호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이 지난 16년 동안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친조카의 친삼촌으로서 유족에게 사과의 말씀 한마디도 없었다”며 “대통령 후보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번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뿐 아니라 이 의원으로부터 직접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일가족 연쇄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며 “전혀 엉뚱한 표현으로 둔갑시켜 사실을 호도하고 은폐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선 기간 중 ‘조카 살인’→“데이트폭력 중범죄” 지칭
앞서 이 의원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제 일가족 중 1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족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정치인이 된 후여서 많이 망설였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다”며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의원이 언급한 사건은 단순히 ‘데이트폭력’ 사건이 아닌, 자신의 조카가 헤어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흉기로 수십번씩 찔러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었다.
이어 “저로 인해 가슴 아픈 일을 다시 상기하시게 된 것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며 “이런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평생을 두고 갚아나가는 마음으로 주어진 역할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2월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가족 살인 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주장해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 의원이 유족의 인권을 유린하고 16년 전 악몽을 떠올려 지옥 같은 삶을 다시 살도록 하는 인격 살인을 자행했다”며 “당시 자신의 조카를 변호했던 이 의원이 유족에게 직접 사과를 한 적도, 치료비를 배상한 적도 없다”고 반발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이 의원 측 법률대리인의 불출석으로 A씨 측 입장만 듣고 마무리 됐다. 재판부는 8월 11일 오후 다음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