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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4일 임명됐다. 임혜숙 장관은 옛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시절을 포함해 최초의 여성 장관이다. 2022년 3월 9일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 뒤에는 새 장관이 올 테니 문재인 정부 마지막 과기정통부 장관이고, 임기가 1년도 안 돼 마음이 바쁜 장관이다.
임 장관은 이날 오후 대전 현충원을 참배해 ‘과학기술과 ICT 혁신으로 더 나은 대한민국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적었다. 이후 최기영 전 장관과 함께 이·취임식에 참석했다.
①정책의 속도감
과기정통부 안팎에서는 “너무 많은 일을 벌이지 마라”, “발표한 정책을 가다듬고 속도감을 높여라”고 조언한다. 맞는 말이다. 새로운 계획을 내놓기보다는 내실을 기할 때다.
다만, 속도가 중요하다. 임혜숙 장관 역시 취임식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는 선자 독식 시대(First-mover takes all)다. 정책의 속도감을 내고 정부와 민간이 조화된 디지털 혁신 생태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취임식에서 ‘속도’를 언급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 19 백신 개발이 선진국들보다 늦었던 것도, 우리나라에 구글과 견줄 만한 소프트웨어(SW)기업이 적은 것도,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뒷받침할 친환경 기술이 부족한 것도 모두 미래를 대비하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당장 어제 우리나라는 10년간 510조원을 투자하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지만, 미국·중국보다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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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정책 오류는 인정하고 수정하는 용기
어느 부처 할 것 없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심각하다. 부처별로 ‘적극 행정’을 한 공무원들에게 상을 주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과기정통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교수 출신인 임 장관에게 정권 말 공무원 사회의 소리 없는 저항은 부딪혀 고쳐야 할 숙제다.
또 한가지, 소탈하고 열공형 장관이었던 최기영 전 장관에게 다소 부족했던 용기도 필요해 보인다. 최 전 장관은 국내 최고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가답게 해외 논문을 읽으면서 정책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는 분이었다.
하지만 혁신부처, 미래 세대를 위한 부처라고 자부하는 과기정통부 장관으로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해 벌어진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논란이나 △세계적으로도 논란이 큰, 28㎓ 5G 전국망 구축 전략 수정 △공정위와 방통위의 플랫폼 규제권 쟁탈전(플랫폼 부처로서 위상을 가져가려는 부처들 이기주의)에 맞선 플랫폼 규제 철학 알리기 등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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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과기정통부 존재 이유는 ‘미래 세대’에
이날 최기영 전 장관은 임혜숙 장관에게 “기술발전에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기술에 집중해야 하나 사람을 봐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고 약자 편에서 기술 발전을 높였으면 한다”고 조언했고, 임 장관 역시 “다양한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며 디지털 포용 사회를 언급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ICT 정책은 사람 중에서도 ‘미래 세대’를 바라봐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인공지능(AI)이 불러올 고용 불안에 대비하고 장애인·저소득층을 배려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과기정통부의 첫 번째 역할은 아니다.
인재 양성과 선제적인 연구개발로 우리나라가 AI와 시스템 반도체, 탄소중립 기술 등에서 선진국들에 밀리지 않도록 하는 토대를 만드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기정통부 장관은 미래 세대들에게 필요하다면 국무회의에서 국토교통부나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년들의 일자리는 고용절벽이라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