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톺아보기]삼성물산의 이삿짐, 지배구조 변화 단초?

이재용 부회장, 삼성물산 지분 2000억원어치 매입
이사장맡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지분 인수 동참
삼성물산 건설·상사 재배치 사업재편 시그널 해석도
  • 등록 2016-02-26 오후 5:56:52

    수정 2016-02-26 오후 5:56:52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2주 전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유상증자 전망을 하면서 실권이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이 실권주 인수용으로 비축해둔 자금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살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예상대로 진행됐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 실권주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면서 이 부회장이 삼성SDS(018260) 지분 일부를 팔아서 마련한 자금 3000억원이 그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었는데 지난 25일 사용처가 정해졌습니다.

보유자금 30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은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028260) 주식(130만5000주, 주당 15만3000원)을 샀고 300억원은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302만4038주, 주당 9980원)를 샀어요. 나머지 700억원은 향후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별도로 취득할 계획이라고 삼성측은 설명했습니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16.5%에서 17.2%로 높아졌구요. 이 부회장 외에도 삼성생명공익재단이라는 곳이 200만주를 사 새롭게 주주로 추가됐습니다. 사실상 우호지분인데요, 이 부분이 특히 주목됩니다.

삼성그룹에 크게 3대 재단이 있는데 삼성복지재단, 삼성문화재단 그리고 이번에 물산 지분을 매입한 삼성생명공익재단입니다. 기존에 복지·문화재단은 이미 삼성물산 주주이고 이번에 나머지 한 곳도 주주가 된 것이죠.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잘 알려진대로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곳이고 어린이집도 한 20여 곳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입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이란 직함은 삼성그룹의 총수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가 작년 5월 입원치료가 길어지면서 이 부회장이 맡게 된 것입니다.

공익재단은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적지않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익재단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 주식은 5%까지 상속·증여시 세금을 면제받고 성실공익재단이란 것으로 지정되면 10%까지 면제입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성실공익재단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만약에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생명 등의 주식을 공익재단에 증여하면 세금을 면제받으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우호지분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SDI 보유 물산 지분을 인수한 후 지분율(그림: IBK투자증권)


흔히 우스개소리로 삼성에는 전자와 후자, 서자가 있다고도 하거든요. 삼성이라는 같은 이름아래 있어도 지배구조상 중심축에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는 우회적 표현인데요. 삼성의 공익재단들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삼성물산·전자·생명 등 핵심계열사들입니다. 핵심 계열사 지분을 공익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죠.

일부에서는 최근 삼성이 사옥 재배치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을 지배구조 변화의 단초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크게 4가지 사업부가 있는데요. 가장 큰 곳이 레미안아파트를 짓는 건설부문, 다음으로 무역업하는 상사부문, 에버랜드를 하는 레저부문 그리고 패션사업부가 있습니다.

레저부분은 에버랜드가 용인에 있으니까 가는 것 같고, 패션부문도 원래있던 종로 수송빌딩을 최근에 팔면서 짐을 싼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건설부문인데요, 서울 서초타운에서 삼성전자(005930)와 같이 입주해있었는데 건설은 판교로 가면서 삼성중공업(010140)과 이웃이 되는 셈입니다. 이번에 유상증자한 삼성엔지니어링도 판교 이전을 검토한다는 계획이 나오니까 이렇게 묶으면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부가 다 이웃이 되면서 합병 등 사업재편 수순이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물론 삼성측은 이런 추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다만 건설부문의 이웃이 될 수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상사부문이 입주하는 잠실의 삼성SDS 사옥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라는 점입니다. 섣불리 예단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황당한 소설이라고 치부하기도 이른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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