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영민 수습기자] “나이 든 사람들 가르치느라 엄청 고생하는데 감사하죠. 더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싶어요.”
| 15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스승의 날 행사에서 학생들이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사진=이영민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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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학교 2학년 3반에서는 중년의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손아래인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사은회가 열렸다.
일성여중·고는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평균 60대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각각 2년제의 학력 인정 평생 학교다. 이날 행사에는 일성여중·고 전교생 1054명을 비롯해 졸업생 35명, 교사 27명이 참석했다.
중년의 학생들은 이날 교실 칠판을 ‘스승의 은혜’를 적은 풍선과 색종이로 만든 장식으로 알록달록하게 꾸몄다. 김은경(49) 교사가 교실로 들어오자 학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날 부반장 임재순(64)씨가 스승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며, 스승의 날을 기념했다.
늦깎이 학생들은 스승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직접 표현했다. 만학도 김부연(69)씨는 “선생님들의 열성 어린 가르침 속에서도 혹여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두 번, 세 번 반복해 설명해 주실 때에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며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학교생활에 충실히 하며 선생님 말씀을 따라 훌륭하게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감동적인 편지에 김 교사가 감정에 북받치듯 훌쩍이자 덩달아 학생들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일부는 손수건에 얼굴을 묻기도 했다. 이후 학생들은 다 같이 스승의 날 노래를 제창한 후 스승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으면서 학창시절 추억을 남겼다.
| 1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학교 2학년 3반에서는 학생 김부연씨가 스승인 김은경씨에게 스승의날을 맞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사진=이영민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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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없이 조부 손에 자라면서 학교에 못 간 게 한이 돼서 공부를 시작했다는 김숙자(69)씨는 “공부하는 학우들이랑 맞춤법부터 하나씩 배우니까 재미있다”며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어릴 때는 ‘여자’라서, 나이 들어서는 ‘엄마’라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장손자(77)씨는 “그간 바쁘게 살면서 나라는 존재를 잊고 살았고, 배우는 재미를 몰랐는데 그 쾌감을 채우는 시간이 너무 좋다”며 “이를 알려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올해 숙명여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졸업생 김건자(64)씨는 “학교에 다니는 2년 동안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다”며 “공부가 어렵지만 본 것을 또 보며 그날 배운 과목을 복습했다”고 후배들에게 학구열의 비결을 공유했다.
늦깎이 학생들의 사연을 속속들이 아는 김 교사는 “주인공인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태까지는 다 보조하고 가족들 뒷바라지를 했다면 이제는 그 틀에서 나와서 본인이 주인공으로 자신감 있게 생활했으면 좋겠다”며 “용기 내서 배우러 온 학생들이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