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년 4.5~4.75%까지 높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외환·채권 시장이 ‘패닉’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오르면서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금리까지 뛰는 악순환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경기침체기에도 물가상승이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고가 기준 19원 이상 뛴 1413.4원까지 올라 13년 6개월만에 1410원대를 돌파했다. 마감 직전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종가는 15.5원 오른 1409.7원을 기록, 1410원 턱밑에서 마감했다. 고가·종가 모두 2009년 3월 20일(1417.0원, 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외환시장에선 올해 연말 혹은 내년께 원·달러 환율이 1500원 혹은 최대 2000원선까지도 더 오를 여지가 남아 있다고 봤다.
환율 못지않게 국고채 시장 발작도 심각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4.1%대로 26bp(1bp=0.0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한은 최종금리 전망이 3.5~3.75%로 높아진 영향이다. 10년물 금리도 3.997%까지 올랐지만 3년물 금리 상승폭이 더 커 장단기 금리가 뒤집혔다. 경기침체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7월 18일(-0.01%포인트) 이후 14년2개월 만에 처음 나타난 것이다.
국내증시는 1% 이내 낙폭에 그치긴 했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화되는 만큼 향후 전망은 어둡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610억원, 470억원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각각 전일 대비 0.63%, 0.46% 끌어내렸다. 국내 증권사들은 코스피 하단이 최대 2200~2330선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통화·재정 당국이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 물가를 우선 잡되, 재정이 취약 부분을 뒷받침하고 규제개혁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단 입장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 격차를 줄이도록 한은도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해야 한다”면서 “재정정책은 불필요한 지출은 최소화하되, 고물가로 고통받는 취약 계층에만 핀셋 지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